[현장클릭] 아시안게임, 가장 쉽게 1위 하는 법

머니투데이 인천=류준영 기자 | 2014.09.29 19:07

카타르 핸드볼팀 귀화선수 77% 비율 논란 증폭…이기천 교수 "지나친 스포츠 상업주의화 경계해야"

29일 메인프레스센터에서 OCA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브리핑이 열리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110개 금메달(29일 오후 6시 기준)로 한국(금 44)과 두 배 이상 격차를 벌이고 있는 1위 중국을 4년 후 열리는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대회에서 따라잡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달라는 데로 억대 연봉을 책정해 주고, 호화스러운 아파트에 고급스포츠카를 안겨주면서 귀화(歸化)를 요구하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대뜸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인들이 자국의 실력을 정당하게 겨루며 우애를 다지는 장"이라며 행사 취지를 훼손하지 말라는 비난과 질책들이 쏟아질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대회'에선 대회 추죄측인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의 지나친 관대함(?)으로 이 같은 '순위 올리기 편법'이 실제 경기장에서 연출되고 있다.

대회 중반을 넘어선 29일, 국내외 취재진이 집결한 메인프레스센터(MCP)에선 카타르 남자 핸드볼팀의 귀화(歸化)선수 비율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스포츠에서 국경이 사라진지 오래됐다고 하지만, 대표팀 선수의 절반 이상을 자국선수가 아닌 귀화선수로 채울 정도면 "좀 심하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남자 핸드볼 본선 1그룹에 배정된 카타르 대표팀은 전체(18명) 선수중 77%가 귀화선수이다. 출신지역이 프랑스, 스페인, 쿠바, 튀니지 등으로 다양해 이번 대회 출전국 중 유일하게 '다국적팀'이란 비아냥 섞인 꼬리표도 달았다.

감독부터 세계선수권을 우승시킨 스페인 출신이다. 선수 중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골키퍼 스토야노비치는 독일에서 10년간 활동했던 선수로 최근 카타르로 국적을 바꾸고 카타르 핸드볼팀에서 뛰고 있다.

카타르는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체격 한계가 있는 자국선수에 대한 투자보다 '오일달러'를 풀어 귀화선수를 적극 영입하는 '자충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카타르는 귀화 선수들에게 고급 아파트와 십수억원의 연봉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로이터 소속 한 외신기자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9일 오전 열린 미디어브리핑에서 OCA 관계자들에게 "지나친 귀화선수 영입·출전은 자국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꼬집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중동 국가들이 카타르 성과를 보고 자칫 '귀화선수 영입전쟁'으로 치달아 결국에는 대회 본질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웨이지종 OCA 명예부회장은 로이터 기자가 제기한 우려에 공감대를 드러내면서도 "귀화선수는 자국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준다"며 일부 긍정적 측면만을 부각시켜 말했다. 이어 "용병을 적극 유치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란 말도 덧붙였다. 카타르 핸드볼팀 선수진 구성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보인 것이다.

OCA 사무총장인 후세인 알 무살람은 "OCA는 귀화선수 규정으로 '3년 이상 그 나라에서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명예부회장 말을 거들었다.

OCA 두 임원의 발언 뒤에는 대회 흥행성적을 높이기 위해선 대회 취지가 어떻든 간에 막대한 '오일머니'를 부어 기용한 스타급 선수 출전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 기저에 깔려있다.

이기천 고려대 국제스포츠학과 교수는 "카타르 핸드볼팀의 경우는 스포츠계 팽배한 지나친 상업주의화를 보여준 단면"이라고 지적하며 "시간이 들더라도 자국선수를 양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과 제도, 인프라를 갖춰 훌륭한 자국 선수를 발굴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또 "귀화선수를 영입하더라도 자국선수와 균형 잡힌 팀 배치가 필요하다"며 "국제스포츠무대에서 성공을 희망하는 예비선수들의 꿈을 꺽지는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에서 관중들은 1등 보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경기를 완주한 선수의 드라마에 더 열광한다. 이번 대회 출전한 국가 중에선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질 않는 사회·정치적 불안 속에서도 평화의 희망을 키우는 선수,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뒀다가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도 있다.

매회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OCA의 '존재의 이유' 때문에 스포츠 상업주의화를 '필요악'처럼 대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OCA가 세계 신기록에만 급급하지 말고, 아시안게임경기 내·외적인 측면까지 두루 관심을 갖는다면 모두가 성공한 스포츠행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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