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대의 정가산책]지역편중인사 실상과 허상

뉴스1 제공  | 2014.09.24 12:30
(서울=뉴스1) 서봉대 기자 =


지역편중 인사 논란이 역대정권때마다 되풀이 돼온 이유는 뭘까?


#김영삼(YS) 정부때부터 이명박(MB) 정부때까지의 차관급 이상 고위관료들의 출신지역을 비교한 결과 지역편중 인사는 YS· DJ(김대중) 대통령때 상대적으로 더욱 심각했다. 부산·울산·경남(PK)과 호남 지역을 각각 지지기반으로 삼아 오랜 기간 정치활동을 해왔던 두 사람의 정치행태와도 맞물려 있을 것이다.


2010년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YS 정부때의 PK 출신의 차관이상 고위 공직자 비율은 전체의 23.2%였다. 이 지역의 인구 비율(행정안전부 통계, 2010년1월1일 기준)은 전국의 15.89%에 그쳐 상당수준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의 5.4%에 비해 대구는 1.7%에 불과했으며 DJ 정부때의 1.8%보다도 적었다.


DJ 정부에선 호남출신 고위 공직자 비율이 29.4%나 됐으나 이 지역 인구는 전체의 10.45%에 불과, 편중 정도가 YS 정부때의 PK보다 커졌다. 반면 전북의 고위 공직자 비율은 7.0%에 그쳐 광주·전남 비율에 비해 상당수준 낮은 편이었다.


이처럼 YS와 DJ 정부에서 대구경북(TK)과 전북이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던 셈이다. YS 집권과 함께 영남지역에서 TK와 PK 간 갈등이 본격화됐고, DJ 집권후 호남지역에서 광주·전남과 전북 간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렸던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호남지역과 PK를 지지기반으로 했던 노무현 정부에선 고위 공직자들중 PK 출신이 21.0%로 가장 많았으며 이 지역의 인구비율 15.89%보다 높았다. 광주·전남의 경우 18.0%나 차지, 인구비율 6.72%를 훨씬 초과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TK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전체의 15.6%를 차지, 이 지역의 인구비율 10.37%과 비교할 경우 편중됐다.


그러나 YS, DJ 정부때보다 편중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셈이다. 이때문인듯 PK와 광주·전남의 경우에도 고위 관료 비율이 각각 21.8%, 12.5%로 나타나 해당지역의 인구비율을 초과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PK 출신들에 대한 편중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TK에선 역차별 논란까지 커지고 있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 부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황찬현 감사원장, 김진태 검찰총장 등 입법·행정·사법부의 핵심 요직 인사들이 PK출신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때 호남지역을 방문, 대탕평인사를 약속하기도 했었다.


# 고위 공무원이었던 A씨는 노무현 정부때만 해도 출신지를 '서울'이라고 밝혔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경북' 쪽으로 바꿨다. 그는 어릴 적 경북지역에서 자랐지만 부친을 따라 다른 광역자치단체인 00으로 이사했으며 중학교때부터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고 중앙부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출신지를 서울이라고 했던 것은 YS 정부 출범이후부터 노무현 정부때까지 15년동안 TK출신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왔던 만큼 이해할만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경북으로 다시 바꾼 데는 이 대통령의 출신지역이 경북(포항)이란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 승진을 앞두고 출신 지역을 00으로 다시 바꾸었다. TK를 비롯해 영남출신의 장·차관이 많은 상황을 감안할 때 00지역 출신이 되면 편중인사 비난도 받지않는데다 고위직의 지역안배 차원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B씨는 또 다른 케이스다. 그는 경북에서 태어난 뒤 초등학교때부터 부산으로 이사, 학창시절을 보낸 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공직에 들어온 후 부산출신이라고 밝혀왔으며 노무현 정부때는 요직을 맡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부산출신임을 고수했으며 이때문인듯 승진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 경북출신으로 바꿨으며 그후 요직에 발탁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유지되고 있다.


C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호남지역에서 중·고교를 졸업했기 때문인 듯 정치적으로 톡톡히 덕(?)을 봤던 케이스.


YS정부때에는 부산출신으로 정부 고위직에 올랐고 DJ 정부때엔 호남출신으로 분류되면서 또 다시 장관으로 발탁됐던 것이다.



서울출신으로 알려졌던 D씨는 이명박 정부때 고위직으로 발탁되면서 전북 전주출신이란 점을 강조했다.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자랐으나 태어난 곳은 전주라고 해명했다. 호남출신임을 굳이 부각시킨 것은 정부 인사의 지역안배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들이 고향을 두고 갈팡질팡한 것은 정부 인사과정에서 출신지가 주요 잣대로 작용했던 편중인사 관행을 의식했기때문일 듯하다.


또 출신지와 관련해 태어난 곳을 지칭하는 것인지, 중·고교를 다닌 곳을 뜻하는 것인지 등 그 기준이 뭐냐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기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역대 정부의 지역편중 인사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가늠하고, 비교한다는 건 어려운 셈이다. 물론 편중인사가 없었다는 건 아니다.


#실제로 역대 정권의 편중인사 논란을 되짚으면 여당이나 야당 모두 통계자료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야당은 편중인사라고 비난해왔고 여당은 이를 일축해왔다.


김대중 정부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통계자료를 근거로 한나라당의 편중인사 비난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편중인사의 기준점이 되는 지역별 인구비를 따지기 위해 고위직공직자의 연령층인 40대이상 세대가 출생했을 당시인 1940년부터 1960년 사이 남한 인구통계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영·호남의 평균 인구비는 1.25 대 1이었다. 고위직 공무원의 출신지 분포가 이 비율을 유지한다면 편중인사가 아니라는 게 민주당측 주장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2001년 2월 현재 장관 19명 중 호남출신은 6명, 영남출신은 5명이었으며 2000년 7월 현재 3급이상 고위 공직자 2077명의 출신지는 호남 25.3%, 영남 31.8%로 두 지역 출신자의 비율은 1.23 대 1이었다. 결국 장관과 3급 이상 공무원들의 영호남 비율이 두 지역의 인구비보다 좁혀져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측면들을 감안할 경우 역대 정권에서의 편중인사 논란은 야당 측에 의해 더욱 부풀려져왔던 적도 없지않았을 것이다.


대선에서 진 후 당을 조속히 수습하는 데 주력해야 할 야당 처지로선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해 대여 공세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고, 이같은 맥락에서 편중인사 문제는 호재(好材)가 될 수 있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출범직후부터 호남편중 인사 논란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출범직후부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와 영남편중 인사 논란을 집중 부각시켰다.


또 각종 선거때면 이같은 논란이 되풀이 돼왔다는 점에서 표를 의식한 당리당략이 개입돼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특히 편중인사 논란이 영남이나 호남을 텃밭으로 했던 야당에서 '위력'을 보여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편중인사 논란은 이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텃밭지역에서 위력을 발휘함으로써 지역감정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도 초래하게 됐다.


여당이라고 방어, 혹은 해명하는데만 급급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들이 야당이었을 때의 정부 인사자료를 재부각시키며 야당의 편중인사 공격에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물론 논란의 단초는 대통령 지지기반쪽 인사들을 중용하는 게 정권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던 집권세력측이 제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과는 정반대로 편중인사의 결과는 정권을 흔드는 부메랑이 돼왔다.


특정지역으로 쏠려온 인사의 결과가 정권때마다 불거졌던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 됐으며 이때문에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시켰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결국 편중인사 논란으로 이래저래 악순환만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악순환을 끊을 길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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