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청춘이여, 남방한계선을 걷어차라

머니투데이 송정렬 부장 | 2014.09.24 06:00
혹시 ‘남방한계선’을 아시나요.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으레껏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져 동서로 이어진 155마일 선을 생각할 것이다.

정답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이나 취업준비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남방한계선은 그 남방한계선과는 사뭇 다르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 남하할 수 있는 한계선을 의미한다.

취업준비생들의 남방한계선은 경기 기흥이라고 한다. 이른바 ‘기흥라인’이다. 삼성, LG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일자리라도 근무지가 기흥 아래 지역이면 기피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일부 이공계취업준비생들만의 이야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지방 기피는 취업시장 전반에 만연한 일이다. 이공계생들에 밀려 일자리가 없어 이공계 복수전공을 한다는 인문계 취업준비생들도 지방은 일단 피하고 본다. 사실 일자리 미스매칭의 주요인이 지방 기피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에선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실업률은 10.9%에 달한다. 14년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심지어 수많은 대학졸업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도 번듯한 직장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기업들은 사람구하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을 친다.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자리를 외면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단순히 개인의 ‘눈높이’만을 탓하기엔 희안하면서도 씁쓸한 취업시장의 풍경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대기업의 지방근무도 외면할 정도라면 지방 소재의 중견중소기업들이 겪고 있을 ‘인력난’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실제로 지방 중견중소기업들의 ‘인재 구하기’ 노력은 눈물겹다. 어려운 경영상황에도 대기업 수준에 육박하는 연봉, 사택과 전세자금 저금리 대출, 대학 및 대학원 교육비 지원 등 직원 복지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수영장 등 다양한 복지시설까지 갖추는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 지방 중견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하소연이다. 이렇다보니 이름 알만한 대학출신은 아예 제쳐놓고 회사에 성실히 다닐 것 같은 출신들만 뽑거나, 아예 고졸만 채용하는 등 극약처방을 내리는 기업들도 있다.

최근 모처럼 대학가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일제히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돌입해서다. 그 비좁은 문을 뚫기 위해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전형기간동안 불면의 밤을 보낼 것이다. 그 경쟁에서 일부는 기쁨을 맛보겠지만, 대다수는 좌절을 곱씹어야한다.

‘평생직장’이라는 신화가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기업’, ‘서울’에만 집착하기에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감당해야할 손실이 너무 크다.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은 근심하지 말고’(不患人之不己知), 과감하게 남방한계선을 걷어차라. 그 너머에 기회라는 놈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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