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갈라져도 지 부르고 싶은대로 부를 거여유~"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4.09.23 05:15

'소리꾼' 장사익,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찔레꽃' 전국투어

'소리꾼' 장사익이 오는 10월 30,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데뷔 20주년 전국 투어길에 오른다. /사진제공=행복을뿌리는판

“등 떠밀려 얼떨결에 노래 시작한 게 1994년 11월이었는데, 벌써 20년이 됐네요.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제 노래 ‘찔레꽃’도 이젠 큰 언덕이 되어 가끔은 목소리 갈라지고 힘이 부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노래를 부르며 사는 제 삶은 진정 꿈속입니다.”

자필로 쓴 소회는 안타까움과 고마움이 한데 섞여있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리꾼 장사익(65)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찔레꽃’이라는 제목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오는 10월 30,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울산(11월15일 KBS홀), 대구(11월21일 계명아트센터), 광주(12월4일 문화예술회관 대강당), 대전(12월12일 충남대 정심화홀), 부산(12월19일 KBS홀), 김해(12월25일 문화의전당 마루홀)를 도는 일정이다.

장사익은 1994년 11월 홍대앞 소극장 ‘예’에서 45세 나이로 첫 무대에 올랐다. 이전엔 오랫동안 직장생활과 카센터 생활을 거쳤다. 그러다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권유로 홍대앞에서 정식 데뷔했다. 장사익은 “그때 노래하지 않았다면 나는 노숙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됐을지 모르겠다”고 회고한 바 있다.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등 소위 ‘94년을 주름잡던’ 20대 후배들 사이에서도 그의 데뷔는 빛났다. 트로트인지 국악인지, 심지어 재즈인지 모르는 알쏭달쏭한 창법으로 던지는 그의 무대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함께 관심받기에 충분했던 것. 당시 100석 무대엔 400명이 몰렸을 정도로 화제였다.


그의 노래들은 박자 파괴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입힌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계절의 경계선이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반드시 계절의 변화가 오는 이치와 같다. 장사익은 특유의 사투리로 “서양음악이란 건 정해져 있잖여. 난 안 그래유. 그냥 내가 부르고 싶은대로 불러부러유”라고 간단명료하게 정의한다.

“그것이 ‘호흡 음악’이쥬. 내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호흡하는 거예유. 나는 나대루 가고 연주자도 알아서 가는 거쥬. 그러다 내 호흡이 끊어지면 그 때 연주자가 들어와서 만나고 만나면 또 헤어지구. 그런 거유. 처음엔 사람들이 엉성한 박자에 ‘어어…’하지만 나중엔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여유.”

그렇게 들으면 장르는 ‘프리 재즈’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소리를 통해 관객이 느끼는 정서는 ‘국악’쪽이다. 국악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지만, 태평소나 대금, 피리 등 국악 관련 악기는 10년간 다룰 만큼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다.

삶의 경험에서 ‘한’(恨)을 읽고, 자습에서 음악의 근원을 파헤치는 그만의 연출은 다른 뮤지션에게선 볼 수 없는 독창적 무기가 됐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7집을 내고 매진 공연을 펼치는 그는 “지나온 날들, 지금, 그리고 내일을 생각하며 즐겁고 행복한 노래를 부르겠다”고 다짐했다. 02-39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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