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가 많아지는 이유? 법정서 할 말 다 못 했기 때문"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 2014.09.22 05:44

[피플] 역대 최연소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나승철 변호사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장 / 사진제공=서울지방변호사회
"상고법원 만들어 봐야 법관들이 1년에 2000건씩 사건을 맡으면 심리가 되겠어요? 그렇게 하면 대법원이 지고 있는 부담을 나눠 지는 결과만 나올 뿐입니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장(37·사법연수원 35기)은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 한 마디로 "괜찮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고법원에서 심리하는 사건과 대법원에서 심리하는 사건 사이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꼭 대법관에 의해서만 상고심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겠나"라며 "누구든 재판에서 충실한 심리를 받고 승소하기를 원하지, 대법원에서 패소한다고 더 좋아할 리는 없다"고 일축했다.

대법원은 최근 대법원과 상고사건을 나눠 처리하는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법원이 짊어지고 있는 과도한 상고심 재판 업무를 분산하고,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기 위해서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에 따르면 2003년 1만9290여건이었던 대법원 상고사건은 지난해 3만6100여건으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의 장단점을 게시하고, 올해 하반기까지 최종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서울지변은 상고법원 설치 논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서울지변 회원 변호사들이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데 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같은 내용을 분석해 외부에 알렸다.

나 회장도 상고법원에 대해 의견을 내놓기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관점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현재 대법원이 겪고 있는 문제, 법관이 부족해 심리가 충실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고법원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승소도 승소지만 결국 충실한 재판,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상고사건이 많아지는 이유는 국민이 1심과 2심 재판에서 충분히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재판을 한 10년쯤 진행해 할 말을 다 하도록 해주고 패소 판결하면 지겨워서라도 상고하지 않을 겁니다."

충실한 심리를 하는 상고법원을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 나 회장은 충분한 상고법관 임용을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각각의 법관이 맡은 사건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상고법원에서도 심리가 충실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나 회장은 "대법원이 아닌 상고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국민을 설득하려면 대법원도 '우리가 상고법원에서 이만큼 충실하게 심리하겠다'고 설득해야 한다"며 "상고법관 수가 60명 미만이라면 상고법원을 설치해 봐야 국민 입장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연소로 서울지변 회장에 당선되며 화제를 모았던 나 회장은 오는 2015년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회장으로서 적지 않은 일들을 했다. 법제연구원을 만들어 변호사법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같은 노력은 영국과 미국에서 실시되는 변호사의 비밀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노철래 새누리당 의원)과 변호사들의 평가를 판사 인사에 반영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간의 소회를 묻자 나 회장은 "아직 끝내지 못한 사업들도 많고, 부족했던 부분들도 생각나 아쉽지만 미련은 없다"며 "서울지변이 상고법원 문제에 대해서나 현재 법 개정이 진행 중인 문제들에 대해서나 변호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국민에게도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