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근의 원화강세 흐름을 바라보며

머니투데이 김유태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  | 2014.09.22 07:01

김유태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

김유태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 /사진제공=농협경제연구소
2014년 하반기 들어 글로벌 환율전쟁의 전선이 재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환율전쟁은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키는 저환율정책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최근의 원화강세 기조는 다분히 기초경제 여건을 반영하기 보다는 주변국들의 통화전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우선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운영 정책을 살펴보면, 직간접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양적완화 축소(tapering) 이후 긴축 통화정책으로의 기조 전환이 이뤄진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전히 확장적 정책운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유로존은 금리 인하에 이어 추가적인 양적완화(QE)를, 일본은 양적질적완화(QQE) 연장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일일 변동폭을 급격히 확대하는 등 지난 10년간 유지되어온 '달러화약세·위안화강세' 흐름을 위안화 절하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위안화 약세 현상을 일시적인 환율리스크로 치부하기 보다는, 중국의 환율시장화 정책의 틀 안에서 영향과 대응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글로벌 수출환경의 변화를 감안할 때 국가간 통화전쟁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속돼온 '신흥국 수출-선진국 수입' 경제발전 모델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는 성장의 축이 소비와 수입에서 다시 수출로 전환되거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신흥국들은 수출에서 내수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성장 엔진의 연비를 높이려는 시도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2009년 발표된 일본의 '제3 성장의 길', 중국이 추진 중인 '12·5 경제계획',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이 모두 내수 경제 진작을 위한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골자로 담고 있다. 따라서 주변국들의 저환율정책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원화강세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디플레이션만 수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 경제는 수출이 약진하면서 내수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 왔으나 원화강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내수부진·수출부진'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별 수출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말 479.8억 달러에서 2014년 8월 462.3억 달러로 줄었으며, 같은 기간 대중국 수출은 129.9억 달러에서 119.9억 달러로, 대일본 수출은 26.6억 달러에서 25.4억 달러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이 보통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수출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구조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화강세가 기초경제여건을 반영한다는 시각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리해 보면,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상승 압박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이 해외 자본흐름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않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투자가 환율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지배적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저환율정책이나 자본유출 등 리스크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유사시 저금리정책을 통한 환율안정 효과는 이미 소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2.25%로 기준금리를 인하하였지만 역사적 저점이 2%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인 셈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효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원화강세 현상이 장기화될수록 급격한 환율 상승리스크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다각적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으며, 거시건전성 규제 등 해묵은 시장 안정화정책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할 시기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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