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B금융 새 수장의 자격조건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4.09.18 15:50
"이번에야말로 당장 정부가 회장·행장 선임에 압력(?)을 넣지 않겠다고 선언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회장과 행장의 극심한 갈등으로 최고경영자(CEO) 부재를 맞은 KB금융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의 말이다. KB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허망함이 담겨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결국 임영록 회장을 해임했다. 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임 회장에 대한 해임은 조직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당국의 직무정지 처분과는 별도로 KB금융 회장 자리에 다시는 복귀할 수 없게 됐다.

냉정하게 다시 보면 KB금융의 CEO들은 행원부터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아니다. 임 회장과 지난 4일 금감원에서 문책경고를 받고 자진 사퇴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도 마찬가지다. 순수 민간 금융회사임에도 김정태 전 은행장, 황영기·강정원 전 회장과 어윤대 회장까지 정부와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시각은 금융권 전체에 퍼져있다. 왜곡된 지배구조를 타고 낙하산 인사들을 끊임없이 내려왔다. 이들은 서로의 힘을 자랑하며 세력 다툼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내부 파벌 싸움은 일상화가 됐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갑자기 나타나 주인 행세만 하고 수장으로 책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물론 낙하산이라고 해서 모조리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가 주축이 돼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임 회장의 해임으로 차기 KB금융 수장을 선정하기 위한 후속조치에 들어간다. 차기 회장이 선출되면 이 전 행장의 후임을 뽑는 작업도 진행된다. 벌써부터 "새로 오는 회장과 행장이 얼굴만 바뀔 뿐 달라지는 건 없을 것 아니겠냐"는 직원들의 한숨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금융권의 시선도 새 KB금융의 수장이 누가될지에 집중되고 있다. "외부 간섭 없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KB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KB금융 조직원들의 바람이 현실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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