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패륜 끝낼 수 있을까…"조롱의 굿판 걷어치워야"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4.09.19 05:01

['호모 조롱투스'의 시대④-끝]악순환 고리 끊자…궁극적 해결책 '정의로운 사회'

편집자주 | '조롱하는 인간'들의 시대다. 금기를 향해 도전한다는 '조롱'의 긍정적 에너지는 이미 한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방향성을 잃은 '말의 폭력'은 사회적 약자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사회갈등을 증폭시켜 사회적 비효율의 또 다른 원인이 되기에 이르렀다. 머니투데이는 4회에 걸쳐 조롱하는 인간 '호모 조롱투스'의 기원과 발전상을 돌이켜보고 이들이 가져온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살펴본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용자가 올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하 게시물/ 사진=일간베스트 저장소
'호모 조롱투스'의 조롱 화법이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의 5·18 유가족에 대한 비하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폭식투쟁과 같은 패륜적 수준의 '정신적 테러''증오범죄'로까지 변질된 것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양극단으로 편을 갈라 조롱을 주고받으며 '말의 폭력'을 행사하는 동안 서로에 대한 몰이해는 점점 심화됐고 오로지 상대편에 대한 상처내기만이 대화의 유일한 목적이 된지가 이미 오래라는 것이다.

◇ 패륜도 불사하는 양극단 사회…'조롱의 굿판' 걷어치우자

조롱이 만들어놓은 덫을 넘어 대화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인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갈라진 양측이 조롱을 주고받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연결고리를 우선적으로 끊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쪽이 조롱을 멈추면 '호모 조롱투스'들은 더 이상 조롱을 지속할 연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며 일베의 조롱에 '미친X'라고 손가락질을 해 대는 사람들이 없는 이상, 허공을 향한 공허한 외침도 언젠가는 사그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베의 사상'을 지은 저자 박가분씨는 "조롱이 일상화 된 일베를 극복하는 길은 강제폐쇄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며 "일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난 날 촛불을 들었던 이들의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베 현상은 국가에 도덕을 강요하며 '쥐박이 아웃' 등 조롱을 일삼던 촛불 문화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낳은 변형"이라며 "어느 한 쪽은 조롱을 그만두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교육과정에서 민주적 의사소통 가르쳐야

조롱의 악순환을 멈추려면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특히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것들이 과연 조롱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찬성'과 '반대'로 편을 갈라 더 나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토론문화, 타인의 의견을 잘 듣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보다 자기주장만 센 사람을 더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과연 옳은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경순 한국토론교육개발원 교육국장은 "조롱은 소통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달방법인데 우리의 토론 문화에서는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 문화가 미성숙해서 벌어지는 문제인만큼 조롱 없는 성숙한 논의문화를 향해 나아가는 열쇠는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생존 방식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무시하는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얻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의사소통에 대한 비용을 더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민의 의견 공정히 반영하는 의회정치 거듭나야

궁극적으로는 의회정치와 언론이 제기능을 회복해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이 현실정치에 공정히 반영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불필요한 조롱의 대결을 줄이는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극단적 갈등의 원인이 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사회가 공정한 룰에 의해 돌아간다는 믿음을 회복할 수 있을 때 패륜적 조롱문화 역시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갑수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수년째 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스트레스 사회"라며 "사람들이 하루하루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 수밖에 없고 사회가 나아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니 패륜적 극우들이 득세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국에는 사람들이 노력해도 사회에서 외면당하니 다른 이들의 약점을 잡아 비하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불공평한 대우에 대한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도록 사회가 기회가 공정한 곳으로 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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