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떻게 '남창'(男娼)이 되었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4.09.20 05:25

[히즈 무비] '지골로 인 뉴욕'…따뜻한 터치의 힘을 아는 '뉴욕 제비족'

머레이(우디 앨런·오른쪽)가 직원 휘오라반테(존 터투로)에게 '남창'을 제안한다.

어릴 때 책을 훔치다 걸린 소년을 데려다 함께 일한지 수십년. 어느 날 책방 주인 머레이(우디 앨런)는 자신을 은인이자 친구이자 형처럼 대하는 휘오라반테(존 터투로)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다.

관능적인 피부과 의사 파커(샤론 스톤)와 ‘한번 즐겨보라’는 것이다. “제가요? 외모도 능력도 안되는 제가 왜요? 지금 저보고 ‘남창’(男娼)을 하라는 말씀이세요?” 발끈하는 후배에게 머레이는 “남창이 아니라, 인생의 재미도 느끼고 돈도 벌라는 얘기”라고 반박한다.

그렇게 고민 끝에 휘오라반테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일이 시작된 것이다. 휘오라반테는 ‘남창’역할이고, 머레이는 사실상 ‘포주’역이다. 수입도 6대 4로 나눈다.

돈을 제법 모으자, 머레이는 그를 ‘지골로’(Gigolo·제비족)라고 부른다. 어린 자식 4명이 지골로가 뭐냐고 묻자, 머레이는 “작곡가가 선율에 부드러운 윤기를 불어넣듯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람”이라고 ‘예술적’으로 해석한다.

휘오라반테는 그야말로 ‘회오리’처럼 여자들을 사로잡는다. 과묵하지만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유머감각, 부드러움과 거침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테크닉, 배려를 통한 타인에 대한 이해력까지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는 자신의 숨은 끼를 재발견하며 섹스에 탐닉한다.

그러다 새로운 유대인 고객 아비갈(바네사 파라디)을 만나면서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순결하고 정갈한 매력의 그녀와 정말 사랑에 빠질 것 같다.


'남창'으로 변신한 휘오라반테는 다양한 계층의 여성을 녹이는 숨은 재능을 발휘한다.

영화는 부정과 불륜을 다루면서도 밉지 않다.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는 모두 우디 앨런 덕분이다. 한 순간도 지지 않는 말싸움의 귀재, 폭넓은 지식으로 모든 상황을 한번에 정리하는 해결력 등 앨런의 따뜻하고 유머스러운 존재감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인간의 절절한 외로움을 순응의 자세로 달래고, 섹스 행위보다 따뜻한 터치 한 조각이 깊은 사랑을 상징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포장없이 보여준다.

휘오라반테는 어떻게 남창이 되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오랫동안 그런 활동에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남창’이 주는 값싸고 더럽고 퇴폐적인 단어를 순화시키고 (아무리 더럽다는 오명이 씌워지더라도) 그 역할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친구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외로운 여자에게 휘오라반테가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다가간 것처럼, 그에게 머레이도 버릴 수 없는 친구로 남았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제법 필요해보일 때, 공감과 행동은 절로 꿈틀거리는 법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랑도 빼앗기고, 소비적인 섹스로 허무함이 극에 치닫자, 휘오라반테는 떠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유서깊은 직업’을 버리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 직업에 대한 능력은 이미 ‘포주’에게도 전이됐을 만큼 두 사람은 이미 한몸이 됐으니까.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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