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당주 펀드가 무배당에 투자하는 까닭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14.09.18 08:44
'예금금리 1%'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배당주 펀드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배당을 이끌어내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른바 '초이노믹스'는 배당주 펀드에 불을 붙였고, 이 결과 최근 3개월 만에 1조3199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서 2조2096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는 점과 비교하면 인기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에 걸맞게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물론 배당주 펀드만 고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성장 잠재력과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배당주가 앞으로 펀드의 대세를 차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작 투자를 담당하는 매니저들은 "말 못할 고민이 크다"고 토로한다. 투자할 종목이 너무 빈곤하다는 것이다.

배당주라 할 수 있는 것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SK텔레콤, KT&G, KT, 포스코, 기업은행 등인데 배당성향이 그리 높지 않은 기업들도 다수 포함된다. 투자풀이 상장사의 2% 정도인 40여개 종목에 국한된다.


이러다 보니 '배당수익률'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난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배당보다 성장에 포커스를 둔 '배당성장주' 이름을 단 펀드가 잇따라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컴투스, 게임빌, 인선이엔티, 다원시스 등 중소형주가 다수 포함돼 있다. 컴투스와 인선이엔티 등은 수년간 배당이 없었고, 다원시스는 지난해 현금배당 수익률이 0.76%에 불과했다.

"성장기업에도 투자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긴 하지만 근본은 배당투자 대상이 적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연말 한국기업의 배당성향은 17.9%로 주요국 가운데 최저였다. 반면 자본금 대비 배당가능이익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 주식에 열광하던 외국인들의 열기가 최근 식고 있다.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식으면서 이들의 시각도 냉정해진 것 아닌지 들여다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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