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안종범·문형표, 담뱃값 인상 '흡연3인방'…끊을까?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 2014.09.16 16:34

[박재범의 브리핑룸]'혐연가' 김무성 대표 "더 올려야"

회의가 길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잠시 쉬었다 하자"며 자리를 뜬다. 곧바로 몇몇 장관급 인사들이 따라 나선다. 화장실로 가는 이도 있고 물 한 잔 들이키는 이도 있다.

애연가인 최 부총리는 회의장을 나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담배값 인상 관련 회의를 진행하던 중 나와서 핀 담배다. 둘러보니 흡연파가 몇 명 더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다.

담뱃값 인상을 주도할 '3인방'만 모여 담배를 피우다 서로 웃음이 터졌다. "비흡연가여서 담뱃값을 막 올린다는 말은 안 들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렇게 흡연 속 '막후(?) 협상'을 거쳐 정부의 담배값 인상 방침이 확정됐다.

담뱃값 인상 뒤편의 한 에피소드다.
마지막으로 담뱃값이 오른 게 2004년이니 가격인상은 10년이 넘은 주제다. 그 기간 동안 잊을 만하면 등장해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경제부총리나 보건복지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물어보는 단골 메뉴도 담뱃값 문제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정책당국은 미온적, 보건복지부는 적극적이었다. 예컨대 기획재정부의 경우 담뱃값 인상에 따른 재정 확충보다 물가 상승 압력을 더 우려했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권도 '국민 건강'보다 표가 먼저였다.

하지만 2014년 가을,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는 물가 걱정을 잊은 지 오래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2016년 4월까지 20개월 가량 선거도 없으니 담뱃값 인상을 위한 절호의 찬스다. 문 장관이 앞장섰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 '술과 담배'를 억제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한 인물이다. 장관 청문회 때 "보건사회연구원이 6119원 정도가 적정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대폭 인상을 주장하기도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담배값 인상에 대한) 문 장관의 의지가 무척 확고했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2000원 인상을 뒷받침할 한 수단(개별소비세)을 만들었다. 1000원대 수준의 인상이면 부담금과 담배소비세 인상 정도로 충분했지만 인상폭이 커지며 별도의 장치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결단'이 없으면 허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협의해 결단했다. 인상폭을 두고 말이 많았지만 정부는 2000원으로 밀어붙였다. 여기엔 당정 수뇌부간 이심전심이 작용했다. 정부가 여당에 담뱃값 인상을 보고한 직후만 해도 1500원 인상설이 유력했다. 표면적 여당 기류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골초'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이 "1000~1500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했을 정도다. 강 의원은 담배를 즐겼지만 지난해 나름 심한 병을 앓으며 담배를 끊은 '전직' 흡연파다.

하지만 최 부총리 뒤에는 여당 대표 '무대' 김무성이 있었다. 어렸던 청소년 시기부터 담배를 접했던 김 대표는 '혐연가(嫌煙家)'로 돌아선 지 오래다. "고등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다가 첫 아이가 나오면서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최 부총리에게도 여당 대표는"(담뱃값을) 더 올려야 돼"라고 독려했다. 정부가 2000원 인상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한 배경이다.

남은 관전 포인트는 '담배값 인상 3인방'의 행보다. '흡연가로서 건강 증진을 위한 합리적 결단'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려면 담배와 이별이 필요하다. 담뱃값 인상의 주된 목적이 세수(稅收)였다면 계속 피워야겠지만 말이다.

물론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최 부총리나 안 수석이 건강을 희생하며 세수 확충에 도움을 주겠다는 선택을 하는 게 국민의 마음을 더 편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하루 한갑의 애연가였던 문 장관은 건강 주무부처 수장으로 요즘 사실상(?) 금연을 하고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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