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문인이 바라본 우리네 삶, 300년 지나도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 2014.09.20 05:24

[BOOK] '나를 찾아가는길'

/사진제공=돌베개
오랜만에 모이는 동창모임을 앞두고 어떤 옷을 입고 나갈까 고민한다. 모임에서 만난 동창생의 잘 빠진 외제차를 보고 나는 작아진다. 이내 내가 들고 나온 명품 가방을 은근히 동창생들에게 보여준다.

이 순간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남이 보는 나에 얽매이고, 소유물로 나를 보여주려는 태도들.

"나와 남을 놓고보면, 나는 친하고 남은 소원하다. 나와 사물을 놓고 보면 나는 귀하고 사물은 천하다. 그런데도 세상에서는 도리어 친한 것이 소원한 것의 명령을 듣고, 귀한 것이 천한 것에게 부려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조선 후기 대표 문장가 연암 박지원과 쌍벽을 이룬 혜환 이용휴(1708~1782)가 '모두 남들을 따라만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한다'고 개탄하며 남긴 글의 일부다.

300여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이 글은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나보다 남의 눈이 중요하고, 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 참다운 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혜환의 대표적인 글 47편을 뽑아서 번역하고 평설을 단 '나를 찾아가는 길'은 이처럼 시공간을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용휴는 성호 이익의 조카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가문 탓에 벼슬에 나서지 못하고 재야에서 평생 글을 쓰며 살았다. 그럼에도 당대 선비들은 그의 비평과 가르침을 듣고자 몰려들었던 대표적인 문장가다.

이 책은 1부 '삶의 길, 죽음의 자세'와 2부 '세상 밖으로, 예술 속으로'로 구성됐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이고 심심하다고 느껴질만큼 담백하지만,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산책'에 나설 때 길라잡이가 될 만하다.

◇나를 찾아가는길= 이용휴 지음, 박동욱·송혁기 옮기고 씀, 돌베개, 192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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