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 '자진사퇴' 권고… 林회장 '장고'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기성훈 기자 | 2014.09.15 18:01

이사회 "현명한 선택을" 사실상 자진사퇴 권고··· 일부 이사는 해임에 반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스1제공
KB금융지주 이사회가 15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어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회장에 대해 사실상 자진사퇴를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은 간담회 직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임 회장 거취문제에 대해 토론을 했다"며 "다수의 이사는 KB금융의 조직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현명한 판단'이라며 간접적인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임 회장에 대해 스스로 자리에 물러날 것을 요구한 것. 이 의장 역시 기자와의 전화에서 '사퇴를 권고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면 된다"고 답했다. '다수'란 표현을 볼 때 반대의견이 존재하지만, 이사회의 전반적 기류가 '사퇴 권고'로 정해졌음을 시사한다.

이사회는 사퇴 요구에 이어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 의장은 "아직 안건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사회를 위한 일정을 조율해 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장은 "간담회가 아닌, 정식 이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리 사외이사들에게 전달된 안건은 없지만, 정해진 날짜 전까지 안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임 회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 수리하거나, 사퇴를 끝내 거부하면 대표이사 해임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KB금융 이사회 의장의 이 같은 입장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이 KB금융 사장 시절부터 이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어윤대 전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과거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놓고 갈등할 당시에도 임 회장은 사외이사들의 손을 들어줬으며, 이처럼 끈끈한 관계자는 임 회장의 회장 선임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중징계는 물론 검찰까지 KB금융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임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들로서도 '현실론'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사외이사는 "이번 금융당국의 중징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임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만큼 어려운 결단을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극단적 결말인 해임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의미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은 해임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사퇴 권고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다수 사외이사들이 동의했지만, 당국의 요구에 따라 해임까지 하게 된다면 '관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사회 안에서도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KB금융 내부에서까지 사퇴 압력을 받게 되면서 임 회장의 최종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오늘까지 이 의장이 직접 임 회장을 만나거나 전화로 사퇴를 종용하진 않았다"며 "거취 문제는 임 회장께서 스스로 최종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다음 이사회 전까지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임 회장은 주변과 연락을 끊은 채 현재 자택에서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조치는 임직원의 각종 보고를 차단하고 있다"며 "임 회장과의 개인적인 통화까지 보고로 간주될 수 있어, 직원들은 더욱 의중을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임 회장이 일찌감치 '배수진'을 친 만큼 벼랑 끝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금융 한 고위 관계자는 "임 회장이 만일 사퇴할 의지가 있었다면, 금융위의 중징계 후 벌써 내려놓았을 것"이라며 "이사회의 대표이사 해임 결정시 가처분 청구와 향후 행정소송 등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5. 5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