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광화문우체국도 커피가 점령, '광화문 커피대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14.09.16 16:06

SPC그룹 커피앳웍스 광화문우체국 1층까지 바꿔… 적자 불구 광화문 상징성 노려

커피앳웍스 광화문 우체국점/사진=SPC그룹
지난 15일 낮 12시30분을 갓 넘은 점심시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 광화문우체국 1층에 새로 문을 연 SPC그룹 커피전문점 '커피앳웍스' 매장에는 수 십 명의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신장개업을 기념해 아메리카노커피 한잔을 구입하면 한잔을 무료로 주는 '1+1' 행사까지 실시해 손님들은 더욱 몰렸다. 검은 반팔 티셔츠를 입은 10여명의 매장 직원들은 손님 응대로 정신없이 바빴다.

서울 최고 노른자위 상권으로 꼽히는 광화문 상권을 차지하기 위한 커피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조짐이다.

국내 최대 외식 프랜차이즈기업인 SPC그룹은 15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우체국 1층에 '커피앳웍스'(Coffee@Works) 단독 매장 1호점을 열고 광화문 커피 전쟁의 제2라운드를 예고했다.

광화문우체국 인근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수 백 개 버스 노선이 지나고 초대형 업무빌딩까지 밀집한 광화문 사거리의 최고 상권으로 꼽힌다. 이곳은 특히 반경 100m 안에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 이디야,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카페베네, 할리스, 탐앤탐스 등 10개 이상의 커피 매장이 있을 정도로 커피 브랜드간 자존심 경쟁이 뜨겁다.

◇"질소커피?" 미국식 커피로 새바람=SPC그룹은 이 매장을 열며 커피원두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기존 전문점 커피가 에스프레소에 물이나 우유 등을 섞어 마시는 이탈리아식이었다면 커피앳웍스는 미국식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내세운다.

커피앳웍스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 인증을 받은 고급 원두만을 사용하고 커피원액 추출 방식도 페이퍼드립이나 사이폰 등 원두 본래의 맛과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채택했다. 특히 질소 충전 커피(클라우드앤커피) 등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커피를 제공해 이탈리아식에 길들여진 커피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시그니처 커피인 '클라우드 앤 커피'는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명 '질소 커피'로, 18시간에 걸쳐 추출한 콜드 드립 커피에 질소가스를 충전해 흑맥주를 연상시키는 맛과 향을 선사한다. 이런 형태의 커피가 국내 전문점에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대료만 수억원…적자 불가피=첫 출점지로 광화문우체국을 선택한 것도 과감하다는 평이다. 문을 연 지 100년이 넘는 광화문우체국은 한국의 가장 오래 된 우체국이 있던 자리인데다 광화문 사거리의 랜드마크 건물이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광화문우체국은 일제 강점시절인 1905년 경성우편국 출장소로 처음을 문을 열었으며 1960년대 이전 터에 지금의 청사를 다시 지어 50년 가까이 우체국 겸 우정사업본부 건물로 쓰고 있다.

이번에 커피앳웍스 매장이 들어선 곳은 이전까지 우편과 금융 등 창구업무에 쓰던 공간이다. 수년 전만 해도 명절 때면 예금을 찾거나 택배를 맡기려는 인파로 아침부터 줄을 설 정도로 손님들이 몰리던 곳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인터넷 뱅킹 등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내방객이 크게 줄었고 창구 공간도 이전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유휴 공간을 임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역 인근 유동인구는 하루 10만명 남짓으로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핵심상권인 종각역의 4분의1 수준이다. 그러나 오피스 빌딩이 밀집해 있는 데다 청계광장, 명동, 경복궁 등 관광명소가 인접해 매출액이 높은 알짜 상권으로 꼽힌다.


그만큼 임대료도 높다. 커피앳웍스와 규모가 비슷한 인근 커피 매장의 경우 월 임대료가 4000만~5000만원에 육박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억~6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고객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한 안테나숍 개념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만큼 인테리어에 들이는 공도 만만치 않다. 인근 330㎡(100평) 규모의 한 커피 전문점은 첫 오픈 때 인테리어에만 8억원이 넘게 지출했을 정도다.

결국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감안하면 이 매장도 10억원을 훨씬 웃도는 투자가 들어갔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작 광화문에서 이런 대형 커피 매장이 이익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화문 일대 대형 커피 매장 대부분이 월 100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서울의 중심이자 커피의 주고객인 직장인들이 워낙 많은 지역이어서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매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스쿠찌 대신? 프리미엄 커피로?"=SPC그룹은 커피앳웍스를 한동안 직영점만으로 개장할 방침이다. 당분간 프랜차이즈 출점보다는 소수 직영점을 통해 노하우를 쌓겠다는 판단이다. 그룹의 기존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인 '파스쿠찌'와 자칫 사업영역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SPC그룹 관계자는 "커피앳웍스는 파스쿠찌와 별도 운영할 계획이며 가맹점 없이 직영점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관련 업계는 커피앳웍스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가맹사업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SPC그룹은 간판 사업인 파리바게뜨의 신규 출점이 중단된 상태에서 성장성이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사업이 지지부진한 파스쿠찌 대신 커피앳웍스를 중심으로 커피사업을 새롭게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파스쿠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커피 전문점 출점거리 제한에 나선 이후 신규 출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파스쿠찌는 국내에 처음 소개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매장 수는 260여개(2012년말 기준)에 그친다.

특히 2011년과 2012년 각각 70개 넘는 가맹점을 신규 출점하며 사업 확장 시동을 걸었지만 공정위의 출점 제한 이슈가 불거진 지난해 이후에는 증가세가 꺾인 상태다. 이 때문에 커피앳웍스로 또 다른 성장을 노린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SPC그룹이 일반 커피(파스쿠찌)와 프리미엄 커피(커피앳웍스)로 커피사업을 이분화해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앳웍스 광화문 우체국점/사진=SPC그룹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
  5. 5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