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성평등' 머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4.09.15 16:02

NYT, 경제적 '젠더갭' 좁혀질 수밖에 없는 이유

경제적 관점의 남녀격차, 이른바 '젠더 갭'(gender gap)이 아직 뚜렷하지만 성평등이 이뤄질 날이 머지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프린스턴대 출판부가 최근 낸 신간 2권을 통해 아직 남아 있는 전통적인 관점의 경제적 '젠더 갭'과 그 변화상을 소개했다.

NYT가 먼저 소개한 책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인 무케시 에스와란이 쓴 '경제학에서 성별이 중요한 이유'(Why Gender Matters in Economics)다. 저자는 성별이 돈과 관련된 행동이나 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담은 과거 경제학 논문에서 자료를 따왔다.

에스와란 교수가 소개한 첫 실험인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관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10달러를 받고 누군지 모르는 상대방에게 얼마를 줄지 결정해야 한다. 남성은 평균 82센트를 내줬지만 여성은1.61달러를 나눠줬다.

다음 실험은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다. 이 게임에서도 참가자는 10달러 가운데 얼마를 상대방에게 나눠줄지 결정해야 한다. 다만 10달러 가운데 8달러는 자신이 갖고 나머지 2달러를 상대방에게 내주기로 한 경우 상대방이 이를 수락하면 그대로 돈을 나눌 수 있지만 거절하면 둘 다 돈을 잃게 된다. 상대방의 성별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도 '독재자 게임'과 다른 점이다.

이 실험에서 주목할 것은 참가자 모두 상대방이 여성일 때 상대적으로 더 적은 액수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남성 참가자들은 동성 상대방에게 평균 4.73달러, 여성 상대방에게는 4.43달러를 각각 나눠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성 참가자들은 남성에게 제 몫보다 많은 5.13달러를 주기로 해놓고 동성에겐 4.31달러를 나눠주는 데 그쳤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속설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나머지 실험에서도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 실험에서 여성들은 처음엔 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을 추구하다가 나중엔 남성보다 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더 많은 이익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여성들은 남성보다 다른 여성에게 더 강력한 경쟁의식을 나타냈다. 여성 참가자들은 여성보다 남성을 대표해 협상에 임할 때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브리검영대 정치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카포위츠와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인 탈리 멘델버그는 '침묵하는 성'(The Silent Sex)이라는 저서에서 이같은 '젠더 갭'이 얼마든지 좁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치나 기업 모임, 기업 이사회 등 여성의 참여가 저조한 사회 환경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행동은 에스와란 교수가 소개한 실험 결과와 다르지 않다고 인정했다. 여성은 소수이기 때문에 차별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두 교수는 여성의 참여가 저조한 분야에서 여성의 수가 임계점에 도달한 뒤에는 여성의 참여가 급증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경제학이 어떤 행동을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중시하고 이 인센티브가 점차 바뀐다는 점에서 인센티브 변화에 따라 여성의 사회 참여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같은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저자들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날수록 남성의 행동은 점점 정형화된 남성성의 틀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성평등이 그만큼 가까워지는 셈이다. NYT는 이런 변화가 최근 법조계나 의료계, 학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IT(정보기술) 등 다른 분야로도 확산될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험실보다 더 큰 그림을 바탕으로 한 카포위츠와 멘델버그 교수의 연구는 존 스튜어트 밀이 19세기에 '여성의 종속'(The Subjection of Women)이라는 책에서 보여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낙관론을 떠받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밀은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한 이 책에서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여성의 성취는 인센티브와 업무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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