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척원전 '치킨게임'..제2의 밀양?

머니투데이 세종=이동우 기자 | 2014.09.15 17:02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음 달 9일 삼척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유치는 국가사무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투표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보여준 불협화음만으로도 충분히 눈살이 찌푸려진다.

도로의 양 끝에 마주선 자동차가 서로를 향해 최고속도로 질주하다가 충돌의 위험이 가까워지는 순간 핸들을 돌린 사람은 '겁쟁이'(치킨)로 낙인찍히는 '치킨 게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은 산업부와 삼척시는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핸들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다.

약 3개월 전 6·4 지방선거에서 원전 유치 철회 공약을 들고 나온 김양호 시장이 당선됐다. 하지만 그 때 만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원전 유치는 이미 끝난 이야기로 국가사무에 해당해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로부터 두달뒤인 지난달 26일.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면, 그게 제대로 된 지자체입니까?"
삼척시의회가 주민투표 시행 동의안을 통과시키자 이 관계자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 시장 당선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2012년 9월 이미 근덕면 일대를 원전 부지로 지정·고시해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그러나 절차보다 더 중시 돼야 하는 것은 '주민 수용성'이라는 점을 우리는 과거 경험에서 충분히 배웠다. 원전이라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조그만 갈등소지라도 털고 가는 것이 국가적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첫 삽을 뜬 이후 9년간 11차례나 공사가 중단된 밀양 송전탑 사태는 소통 없는 국가행정이 어떤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예다.

다행히 밀양 송전탑은 이제 단 3개의 철탑만을 남겨두고 있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밀양은 소통으로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해 정홍원 국무총리와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각자 밀양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 양해를 구하고 구체적 주민보상안을 제시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 역시 취임 이후 40여 차례 밀양을 찾았다.

삼척 원전 문제도 길은 '소통'에 있다. 밀양처럼 오랜 시간을 흘려보낸 뒤에야 길을 찾아야 할 이유는 없다. 삼척시와 산업부, 두 마리의 '치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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