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재미가 없다" 왜?

딱TV 딱TV 특별취재팀  | 2014.09.08 11:09

[딱TV]긴급점검 - 프로야구 왜 재미가 없을까[1]…데이터가 말하는 프로야구 '이상 신호'

편집자주 | 수년간 사상 최대 관중수 기록을 경신하며 전성기를 누려온 한국 프로야구에 경고등이 켜졌다. 구단과 경기수가 늘고 매 경기 결과와 순위는 예상을 뒤집으며 이변이 속출한다. 그런데 팬들은 왠지 모르게 "재미없다"며 하품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딱TV가 긴급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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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로야구 참 재미없다"
이렇게 툭 던진 한 마디에 밤샘 토론이 가능할 만큼 프로야구 팬들의 열정과 지식수준은 높다. 그렇다면 지금 프로야구의 수준은 그 눈높이에 부합하고 있을까.

가장 냉정하고 객관적인 흥행 지표 '관중수'를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동안 '만원 사례'를 하기 바빴던 프로야구는 지난해부터 관중수 역성장을 기록중이다.

올해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갈수록 관중수는 줄어 8월에는 경기당 관중수가 1만400명 밑으로 떨어졌다.

경기당 관중수가 1만400명을 넘지 못하면 576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의 총 관중은 4년만에 다시 600만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비록 여름 끝 무렵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성기에 비해 한 풀 꺾인 느낌은 여전하다.

제 9구단 NC 다이노스의 등장으로 페넌트레이스 총 경기수는 2012년 532경기에서 지난해 576경기로 늘었다. 그러나 야구장 관중 숫자는 2012년 715만명에서 지난해 644만명으로 줄었다. 좌석점유율을 따져 보면 프로야구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딱TV와 비주얼다이브는 8월 프로야구 인기가 저점을 기록할 당시 데이터를 토대로 '2014 프로야구' 관중수와 각종 기록들을 시각화해 분석했다.

이미 전문가와 팬들이 익히 알고있는 요소들을 다시 언급하는건 무의미한 일. 그래서 그 중 간과하기 쉽지만 가장 의미있는 데이터로 '경기 시간'에 주목했다.

늘어지는 경기 시간…다음날 출근은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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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준 등 정성적 평가를 배제하고 경기 시간만 따져 본다면, 프로야구는 "너무 늘어져서" 재미가 없는 지도 모른다.

8월 기준 프로야구 평균 경기시간(연장 포함)은 3시간27분으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중이다. 오후6시30분에 경기를 시작하면 밤10시에 끝난다. 영화 두 편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만약 서울 영등포역에서 KTX를 탄 승객이 출발과 함께 야구 중계를 보기 시작했다면,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경기 끝을 볼 수 없다.

이동중 스마트폰으로 중계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수시로 배터리 비상 사태를 겪는다. 노트북으로 HD 고화질 중계방송을 시청한 사람은 경기 결과를 뉴스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의 흥행은 경기 시간에 민감하다. 경기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질수록 관중은 지루하다. 직장인들은 다음날 출근을 걱정해야 하니 평일 경기 관람이 부담스럽다.

특히 최근 수년간 프로야구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해 온 여성 관중들의 입장이 곤란하다. 밤10시는 드라마 주인공들과 데이트를 하는 시간이다. '별그대' 김수현의 얼굴을 감상할 것이냐, 나성범의 허벅지를 감상할 것이냐…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야구장을 가는 이유…"심장 쫄깃한 맛"
크고 선명한 TV와 편안한 소파의 조합을 포기하고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짜릿한 현장감'이다. 명승부가 벌어진 경기, 각 구단에게 의미있는 경기를 현장에서 함께 한다는 것에서 팬들은 만족을 느낀다.

그 현장감은 다시 풀어 말하면, '심장 쫄깃한 맛'이다. 이는 구단별 관중수를 비교하니 더 명확해 보인다.

시즌 반환점을 돌기 이전부터 순위를 고정해놓은 1~3위, 그리고 9위의 4개 팀 관중수를 체크해봤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플레이오프 티켓을 두고 막판까지 접전중인 나머지 5개 구단의 관중수를 비교해 보니 큰 차이를 보인다.


매 경기마다 순위가 뒤바뀌는 치열한 4위 경쟁은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에서, 팬들의 심장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심지어 시즌 초반 죽을 쑤던 하위 팀들이 후반기 고추가루를 열심히 뿌리다 가을야구 문턱까지 순위가 오르는 코미디도 펼쳐진다.

성적이 나빠서 관객이 따르지 않는 건 이해되는데, 잘하는 구단의 관중이 적은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굳이 내가 야구장을 가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겠거니…이런 심정인 걸까. '긴장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성적은 착하지만 관중이 적은 구단들은 오히려 '미워도 다시 한 번' 경기장을 찾게 만드는 '나쁜 구단'들을 부러워 할 지 모르겠다.

연고지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각 구단의 관중수는 전통적으로 큰 격차가 있어 절대 수치로만 비교하는건 곤란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관중수 동향은 지난해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KIA와 삼성의 경우 지난해는 관중수가 각각 47만명(경기당 7352명), 45만명(7054명)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올해는 9월 7일 현재 KIA의 누적 관중은 60만1298명, 삼성은 46만1872명으로 그 차이가 14만명으로 벌어졌다.

'재미없는' 1위 구단과 4위를 향해 달리는 '심장 쫄깃한' 하위 구단의 엇갈리는 성적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각본없는 드라마'를 기대하다
프로야구의 재미와 흥행을 한 두 가지 데이터로 모두 설명하기는 무리다. 그러나 올해 프로야구 팬들을 들뜨게 하거나 실망시킨 요인들을 살펴보면 무엇을 개선할지 좀 더 분명해진다.

수준높은 공수를 주고받으며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경기는 관중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수준 낮은 경기로 어이없는 상황이 반복되며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건 코미디일 뿐이다.

오심 여부를 따지며 티격태격하는 감독과 심판의 언쟁, 그 결과 도입된 '합의 판정'마저 매 경기 열기가 달아오를 때마다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렇게 늘어진 경기 시간…야구장을 향하던 여성들의 발길도 집을 향해 돌아서게 만드는건 아닐까?


[딱TV 특집기획]긴급점검 - 프로야구 왜 재미가 없을까
1. 프로야구, 재미가 없다…왜?
2. '재미없는' 2014 프로야구, 한 눈에 보기[인포그래픽]
3. '졸전' 거듭하는 프로야구…김성근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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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9월 8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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