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하는 불효자입니다' 스타트업계서 슬픈 인기몰이…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4.09.08 08:00
'저는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식 입니다'란 재미있는 문구가 쓰여있는 티셔츠/사진=스쿱미디어 제공
#장모씨(29)는 지난해 창업을 시작한 이후 설날이나 추석 때 부모님을 만나러 가지 못했다. 대학생 때 창업한 탓에 휴학하고 올해 겨우 졸업한 그는 거의 매일 부모님에게서 "정말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을 거냐"는 말을 듣는다.

아무리 설명해도 스타트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과의 대화도 끊긴 지 오래다. 그는 "멀쩡히 대학 졸업해 고생길을 걷겠다는 자식을 말리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대화가 안 될 때가 많아 힘들다"며 "어차피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있어 추석 때도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초기기업)에 도전하는 청년 창업가들은 부모님과 불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 좋은 대학을 나오거나 직장을 관두고 창업에 도전해 부모님들로부터 우려 섞인 꾸지람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모님이 자신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않아 속상하지만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도 안고 있다.

요즘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이런 심정을 대변한 티셔츠가 등장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티셔츠 앞면에는 '공무원이 최고라고 어머니가 말하셨죠', 뒷면에는 '저는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식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불효자식 티셔츠'를 제작한 앱 개발사 스쿱미디어 김영주 마케팅 팀장은 "처음엔 회사 직원들용 티셔츠로 만들어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너도나도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왔다"며 "대기업에 가거나 공무원이 되라는 부모님의 의사를 거스르고 힘겹게 스타트업을 하는 불효자식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는지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밝혔다.

스쿱미디어는 지난 5월부터 스타트업계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스쿱미디어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불효자식 티셔츠를 50만원 어치 판매했다. 개당 1만5000원이니 33개 이상 팔린 것이다.


스쿱미디어가 제작한 머그컵과 모자/사진=스쿱미디어 제공
상품 종류도 늘어났다. 티셔츠 6종, 머그컵 3종, 텀블러 3종, 스냅백(모자) 4종, 부채 등 22종류나 된다. 다른 상품들의 문구도 톡톡 튄다. '엄마, 스타트업은 긁지 않은 복권이예요', '어제 야근한 IT인입니다. 판교역에서 깨워주세요' 등의 문구가 새겨진 머그컵과 모자도 인기다. '깨워주세요 모자'는 선릉역 외에 판교역, 구로디지털단지역, 가산디지털단지역 등도 준비돼 있다.

김 팀장은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식이지만 우리도 효도 한 번 해보자고 고민하다 판매수익의 30% 정도를 위안부 할머니의 생활과 복지, 추모관 건립을 위한 재단인 '나눔의 집'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김모씨(23)는 "스타트업계에서는 불효자 티셔츠가 굉장히 인기가 많다"며 "이 티셔츠를 구매하려면 스쿱미디어 세미나에 참석해야 하는데 신청했다가 떨어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모씨(27)는 "보자마자 공감이 돼 웃음이 났다"며 "스타트업의 아픔을 스타트업 답게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2. 2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
  3. 3 한국은 2000만원인데…"네? 400만원이요?" 폭풍성장한 중국 로봇산업[차이나는 중국]
  4. 4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
  5. 5 남친이 머리채 잡고 때리자…"너도 아파봐" 흉기로 반격한 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