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나오는 모자·운동량 재는 귀걸이…예쁜 IT가 뜬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류준영 기자, 이언주 기자 | 2014.09.03 05:55

[기획/웨어러블 시대…패션, IT를 만나다]<中> 개화기 접어든 스마트패션 시장

편집자주 | 예술에 기술이 침범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소재가 만나 가장 혁신적이고 보편적인 미래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단한 벨트 하나만 차면 저녁식단에서 칼로리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예쁜 핸드백 하나만 들어도 성범죄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미래를 새로 지배할 웨어러블(wearable) 시대. 첨단기능을 탑재한 패션은 어디까지 진화했고, 앞으로 또 어떤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까.

'더 빨리, 더 파격적으로…' 웨어러블 기기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쯤 뒤에는 모든 패션 상품들이 웨어러블 기술을 장착하고 우리 일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견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스마트 반지, 헬스케어 밴드는 물론이고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가발까지 만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웨어러블 시대에 스마트 패션은 이제 기능만 고려하지 않는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편리한 착용성 등 인간의 정서적 측면을 고려한 또 다른 해결 방식들이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착용성-심미성-사회적 관계 고려하는 웨어러블의 진화

패션에 기술이 붙어도 쉽고 편해야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능적 제품이라 하더라도, 모두 일일이 사용할 수는 없는 법. 본격적인 개화기에 접어든 웨어러블 시장에 업계는 기능성과 함께 착용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스마트 벨트를 제안한 김순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는 입어도 안 입은 듯한 속옷처럼 우리가 입거나 착용했다는 인식 자체를 못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웨어러블 테크 엑스포 2013'에선 기능은 적지만, 비교적 손쉽게 다룰 수 있고 착용감이 뛰어난 반제품 웨어러블에 소비자의 관심이 쏠렸다. 맥스버추얼이 내놓은 '시냅스'(CYNAPS)는 모자 형태의 골전도 이어폰으로, 기존 이어폰과 달리 귀를 막지 않고 외부 소리를 차단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반제품 웨어러블이다.

이 제품은 또 원하는 모자에 자유롭게 추가해 사용할 수 있다. 시냅스가 이 박람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건 기능성, 착용성, 편리성을 원하는 소비자 욕구를 다양하게 만족시킨 결과다.

디자인을 통해 미적 감각을 중요시하는 웨어러블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미스핏이 내놓은 액세서리 '샤인'(Shine)은 혁신적 디자인으로 패션 요소에도 충실하고 운동량 측정까지 구현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스타일과 상황에 따라 목걸이, 시계, 귀걸이 등 다양한 형태로 신체 어떤 부위에도 착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전력 소모가 적어 일반 수은전지로 6개월간 사용이 가능하다.

디자이너 호제(hoze)와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노드.클래스(node. class)는 핸드백 안의 핸드폰 소리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가방을 제작한다. 기능성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 전략인 셈이다.

국내 웨어러블 패션의 개척자이자 미디어아티스트 김영희는 디지털 시대의 소통 도구로 웨어러블을 이용한다. 착용자의 음주 상태에 반응하는 의상을 제작하고, 착용자의 상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동으로 업로드 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음주문화가 사회적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할 경우 음주운전과 같이 악이 될 수도 있는 이중적 의미에서 착안했다.


지난 6월 27일 아트센터 나비의 '웨어러블 해카톤' 창작워크숍에서 선보인 신개념 가방이다. 노드.클래스(신믿음, 이재옥, 최지원)와 호제(hoze) 디자이너가 IT가 결합된 기능성 가방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했다. /사진제공=아트센터 나비
◇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 최적화와 '패션'의 가치 잃지 않아야

웨어러블이 상용화에 진입하려면 △정보 입출력 장치 △장·단거리 통신망 △데이터 저장 △에너지 공급원 △센서 솔루션 등 기술적으로 몇가지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스마트 브래지어의 경우 마이크로파 단층촬영 시스템에 진단용 센서를 소형화해 브레지어 컵에 부착한 것으로, 이 같은 센서 솔루션 생산이 앞으로 가시화할 전망이다. 신축성을 가진 복합소재 개발도 관건. 고승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은 나노와이어와 탄소나노튜브 복합소재'는 투명도·신축성이 뛰어나고, 굽히거나 접어도 안정적으로 전도성을 유지해 차세대 웨어러블 전자장치 개발에 유력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섬유 배터리 개발도 눈에 띈다. 일반 섬유처럼 구부리고 접을 수 있는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최장욱 카이스트 교수팀은 "앞으로 PC 시스템이 칩 안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옷감 안에 들어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의 패션이 친환경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소재를 만드는 기술에도 연구진의 시선이 집중됐다. 세계적인 패션대학인 뉴욕패션기술대의 아조이 사카 교수는 "석유를 대신해 다양한 식물에서 섬유를 만드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술을 머금은 웨어러블은 '기기'가 아니라 '패션'이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며 "개성을 잃고 첨단 기술만 적용된 웨어러블은 시장에서 쉽게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 이종근 책임연구원은 "웨어러블 시장은 기존 IT시장에서와 같이 기술과 기능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는 실패할 공산이 크다"며 "필요한 기능을 멋진 디자인에 담아내는 전략이야말로 새로운 게임의 룰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27일 아트센터 나비의 '웨어러블 해카톤' 창작워크숍에서 김영희, 김경미, 박관우, 홍상화는 음주 상태에 반응하는 의상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아트센터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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