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급등보다 건전한 조정을 기다릴 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14.09.02 08:21
박스권을 뚫고 3년 만에 전 고점을 경신한 코스피가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2기 경제팀의 경제 대책 발표에 힘입어 7월 말 2100포인트 대에 바싹 다가갔던 코스피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050~2080 구간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물론 시장이 다소 흔들릴 때도 2050선에서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약세가 진행되는 국면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고점 근방에 접근할 때 마다 번번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코스피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기업이익의 정체다. 한국의 기업이
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회복됐지만 2010년에 정점을
기록한 후 더 이상 늘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정체는 선진국과 신흥국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지역과 국가에서 기업이익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있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정체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산업, 휴대폰과 자동차 업종의 이익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는 2013년 3분기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향추세고 현대차의 이익도 2013년 2분기 이후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반도체 업종은 2013년 말 이후 하락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대만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자동차 업종도 한국은 2013년 이후 정체가 완연하다. 반면에 2013년에 일본 자동차 업종의 수익 추정치는 크게 상승했고 최근에는 독일차가 상승세다.

그는 이어 "글로벌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IT는 대만이나 미국에 비해, 한국의 자동차업종은 독일이나 일본, 또는 미국의 전기차에 비해 덜 매력적"이라며 "밸류에이션이 낮은 것은 주가 하락을 저지하는 안전판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주가 상승의 촉매로 작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휴대폰과 자동차만 그런 게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초호황을 누렸던 조선, 글로

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 특수에 힘입어 이익이 급증했던 소재 업종도 끝없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영화를 생각하며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2010년과 같은 규모의 이익을 달성하는 모습이 단기간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돌려 말해 박스권 돌파를 위한 시장 에너지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얘기기도 하다.

결국 펀더멘탈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방향성을 생각하려는 투자자들이라면 기술적 분석 전문가들의 시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분석으로는 코스피 시장이 상승하기 위해 좀 더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단 이동평균선을 보면 5일선과 20일선의 기울기가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60일, 120일, 200일 등 장기 이동평균선은 완만한 상승으로 전환한 상태다.

정인지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강세조정 국면으로, 이는 매수세가 강한 조정이기 때문에 기간 조정 후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패턴"이라며 "강세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결국 60일 이평선을 만난 후에 추세가 이어져야 안정적인 상승 국면이 전개된다"고 말했다.

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횡보하거나 7월 고점대를 돌파한다 하더라도 다시 하락하면서 60일 이평선이 상승해서 지수기준 2050을 넘는 시점까지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 연구원은 "다른 강세 조정의 패턴은 20일 이평선을 일시적으로 이탈하더라도 바로 회복하고 단기상승 추세가 형성되는 경우"라며 "한 달 정도의 시간만 고려하면 매우 강한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충분한 조정 없이 진행된 상승의 부담이 이후 주가 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는 시장이 단기 급등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조정을 받으며 강한 상승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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