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 후보 추천 '속전속결' 강행(종합)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14.09.01 16:54

인사 검증 시간 필요 의결 연기 요청 거부 "합의제 무시하고 표결" 반발

김재홍(왼쪽),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1일 이인호 KBS 이사 후보 추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길영 전 KBS 이사장 후임으로 이인호(78) 서울대 명예교수를 추천했다. 하지만 야당 추천 의원들은 "인사 추천 절차와 검증 작업 과정을 완전히 무시한 날치기 의결"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의 정치·역사적 편향성이 공영방송의 최고의사결정 권한자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신속하게 이뤄진 것으로 방통위가 정부의 거수기 역할만 충실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방통위는 전체 회의를 열고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새로운 KBS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최종 선임된다.

이 후보에 대한 추천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처음으로 "명망한 분"이라며 이 후보를 언급했으며 1일 의결안건으로 상정시켰다. 다음날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야당의원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당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추천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자질 검증 등을 이유로 의결 시점을 일주일 뒤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격론 끝에 야당 의원들이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났지만 나머지 여당 추천 의원 3명은 안건을 의결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이날 오후 별도 기자 회견을 열고 거듭 "참담하다"는 심정을 밝혔다. 김재홍 위원은 "합의제라는 방통위의 의결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언론에서 거론된 문제점에 대한 언급 자체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토론이 자유롭지 못했다"며 전체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의원은 "지금의 여당 3, 여당 2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효과적으로 의사를 관철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방통위가 합의제 원칙을 무시하고 표결로 간다면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공영방송의 이사(장) 추천이 단순히 통과의례에 거쳐서는 안 된다"며 "공인방송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멤버 또는 수장으로서 정치적 이념적 중립성을 가지고 국민정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일제강점기를 포함해 해방 전후 현대사 문제에 대해 특정 보수진영의 편향된 역사관을 대변하는 활동 등을 이유로 공영방송의 이사장 후보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친일과 독재에 대한 옹호 논란을 불러온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지지하고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인물이라는 발언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교회 강연을 보고 감동 받았다" 등의 이 후보자의 발언도 문제로 삼았다.

KBS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 후보자의 추천은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라며 반발했다. 노조측은 "이 후보자의 지나치게 편향된 역사관이 공영방송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의 이사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 이후 대통령의 자문활동을 해온 것은 넓은 의미의 이사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방송법에 따르면 공영방송의 정치적인 독립성을 위해 대선에서 자문 역할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이사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한편 이날 추천된 이 후보의 임기는 전임 이 전 이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8월 31일까지다. 이 후보자는 고려대 교수와 한국방송공사 이사, 주핀란드 대사관, 주러시아 대사관 대사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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