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대출 받아 집 사면 행복해질까?

머니투데이 원종태 부장 | 2014.09.02 06:45
인간은 왜 행복을 느낄까?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꽤 흥미롭다. 행복을 집중 연구한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는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행복은 생존의 목표가 아니라 사실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복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좀 더 따라가 보자. 인간이 생존하려면 비옥한 땅이나 기름진 고기, 매력적인 이성 등이 지속돼야 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번호표를 받고 마냥 기다린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노력해야 손에 쥘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디 게으르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얻었을 때 희열과 성취감, 뿌듯함, 자신감 등을 확실히 맛봐야 한다.

왜냐면 행복의 유통기한이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엄청난 행복도 3개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것들을 얻는데 게을러진 인간에게 우리 뇌는 다시 신호를 보낸다.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얻었을 때의 행복을 다시 느껴보라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반복해서 얻으라는 뇌의 주문이다.

최근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팀이 내놓은 일련의 경제 대책들도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대책은 상당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50%에서 70%로 높여준 것이 그렇다. 이건 마치 집값의 30%만 있으면 나머지 70%를 대출받아 집을 사라는 소리 같다. 그래야 경제가 좋아지니까.

특히 현재의 저금리 기조는 대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저금리와 대출 완화가 제대로 맞물린다면, 내수 활성화를 뛰어넘는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1990년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부른 주범도 바로 1986년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저금리 기조와 대출 확대 정책이었다. 이 둘은 일본 전역에 투기 광풍을 낳았다. 일본 부동산을 모두 팔면 미국 부동산을 4번 사고도 남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에 거품을 끼게 했다.


금리 이상으로만 주가가 오르면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탐욕에 1987년 일본 니케이지수는 역대 최고치인 38000까지 치솟았다. 이런 거품들이 풀썩 꺼지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생겨났다. 누구나 은행 돈을 제 돈처럼 갖다 쓰게 했던 대책들이 낳은 불감증 탓에 지금도 일본 경제는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1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 중 집값 하락 시 해당 주택만으로 대출금 상환의무를 한정해주는 비소구대출이 우려스러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소구대출만 믿고 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 덜컥 집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정부는 너무 순진한 구석이 많은 것이다.

다시 행복의 기원으로 가보자. 행복의 시스템은 찬물과 더운 물이 나오는 꼭지가 달려있는 샤워기와 같다. 찬물을 잠근다고 더운 물이 뜨거워지는 것은 아니다. 찬물의 꼭지를 잠그는 것은 더운 물이 더 이상 차가워지지 않게 할 뿐이다.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관련 대책도 찬물을 막는 수준이어야지 더운 물 자체를 뜨겁게 하려는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후유증이 3~5년 뒤 우리 경제에 감당하기 힘든 거품을 낳을 수 있다. 2002년 이후 5년간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집값이 급등해 큰 사회 문제가 된 것을 벌써 잊어서는 안 된다.

서 교수는 행복의 유통기한이 3개월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불행의 유통기한도 3개월 이상 길지 않을 것이다. 참을 수 있는 것은 참으며 체질 자체를 개선해 가는 노력이 더 큰 행복을 부를 수 있다. 그 20년간 일본이 어떤 노하우로 국내 총생산(GDP) 세계 2위 자리를 지키며 건재할 수 있었는지 한번 곱씹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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