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 삼성重 '깜짝 합병'···삼성물산의 향방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4.09.01 15:52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대신 삼성중공업 합병 결정..."삼성물산은 제일모직 합병 유력"

이미지=유정수 디자이너
삼성엔지니어링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결정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은 지난해 4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처럼 유사 계열사를 하나로 묶고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1일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비율은 2.36:1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교부한다. 오는 10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12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해 합병법인 '삼성중공업'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몇 년 전부터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유력하게 관측해왔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의 주주는 각각 제일모직과 삼성SDI였는데 양사가 합병함으로써 삼성SDI가 최대주주로 동일한 상태였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장내매수하며 7.81%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리자 합병설(유상증자 참여설)이 강한 설득력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지난해 박중흠 삼성중공업 부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선임됐을 때 증권가에서는 건설회사가 경영난을 겪을 때는 재무 인사가 사장에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조선공학 전공자인 박 사장이 선임된 것이 '이례적이다'고 평가했었다. 이번 합병으로 당시 인사의 의미가 풀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합병 소식에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일대비 12.52% 오른 7만1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중공업도 6.24% 오르며 강세를 보였고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인 삼성SDI도 1.65% 올랐다. 합병설이 사라진 삼성물산도 1.88% 올랐다. 다만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0.65% 하락한 122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유력하게 예상됐지만 두 기업은 아직 오너 3세 일가가 지분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다"며 "지분율이 낮은 상태에서 합병으로 시가총액이 커지는 것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던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은 일단 낮아졌다"며 "삼성물산은 올해부터 성장 사이클에 진입한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2016년부터 이익 정상화가 예상돼 양사간 합병은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돼 왔기에 두 기업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다"고 판단했다.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 개편 보다는 계열사간 시너지 의미가 더 크다고 해석했다. 연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매출 규모는 각각 9조8000억원, 14조8000억원으로, 두 기업이 합병하면 업계 2위 규모 조선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합병 후 최대주주는 삼성전자이고 삼성물산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2%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에는 중립적, 삼성엔지니어링에는 소폭 긍정적인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장기적으로 해양 플랜트 시장에 진출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합병 효과를 분석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상장 후 제일모직(옛 에버랜드)과 합병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3세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키움증권 박 연구원은 "지배구조의 핵심 이슈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3세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다"며 "오너 일가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여전히 약하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더 유력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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