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준 그 맛, '집밥'의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민동훈 기자 | 2014.08.30 06:40

회전율 빠르니 매출도 쑥쑥… 최근엔 백화점에도 등장

그래픽=임종철
영화는 정작 흥행이 잘됐는지 안됐는지 모르지만 카메라 뒤에서 밥차를 운영하던 사람은 번듯한 □□ 중소기업의 사장이 됐다. '한물간' 연예인이라도 □□만 잘 지으면 바로 방송으로 뜰 수 있다. 2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더 차별화된 □□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위 □□에 공통으로 들어갈 단어가 바로 '집밥'이다. 집밥 신드롬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여기저기, 지금 집밥이 인기다.

입이 짧기로 소문 난 직장인 박지연(28) 씨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빌딩 지하의 D식당에만 가면 폭식에 가까운 식사를 한다. 이 식당은 오전 11시30분만 되도 대기 손님들이 10m 이상 줄을 선다. 메뉴는 딱 하나, 가정식백반(7000원)으로 박 씨는 "엄마가 해주는 집밥 그 자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빌딩의 식객촌. 만화 '식객'에 소개된 맛집 9곳이 한데 뭉친 이곳에서도 단연 점심 줄이 긴 식당이 '전주밥차'다. 여기도 메뉴는 단 한 가지, 가정식백반(8800원)만 낸다. 뷔페식으로 매일매일 달라지는 이 집의 반찬은 어떻게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면서도 야무지게 손맛이 살아있을까 싶다.

◇'집밥'에 열광하는 직장인…왜 집밥인가?=늘 먹는 집밥으로 '맛집' 대열에 합류한 이 식당들의 공통점은 단 2가지다. 우선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다. 신선한 제철 재료를 많이 활용하는 것도 비결이다. 매일매일 세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이유다. 직장인 엄정철 씨(38세)는 "집밥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느냐 싶지만 매일 다른 반찬을 내면서도 꽤 높은 퀄리티를 항상 유지한다"며 "엄마의 밥상이 그리울 때 이 집만큼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집밥 맛집은 이제 당당히 백화점 식품관에도 입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6월 본점 식품관을 '고메스트리트'로 리뉴얼하며 1년 넘게 공들여 입점 시킨 매장도 바로 엄마 손맛과 웰빙 모드가 결합된 집밥 식당이다. 서울 청담동에서 20년 넘게 맛집으로 검증받은 '마루터'나 제철 식재료만 엄선해 사용하는 이태원 '빠르크'가 그런 곳이다. 빠르크 박모과 대표는 "순천 출신 어머니의 레시피 그대로 조리하고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는다"며 "맛과 영양의 균형을 제대로 살리는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명품관의 식품관 '고메이 494'에 입점한 '더플레이트 28'도 '집밥' 모드로 명성을 쌓은 맛집이다. 신선한 유기농 야채와 과일, 당일 낳은 달걀 등 생산농가와 직거래 방식으로 조달한 식자재는 촌스러운 '홈메이드' 표 음식을 강남 아줌마들도 열광하게 만들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도 맛 못지 않게 중시한다"며 "엄마가 가족들에게 해준 듯한 그 믿음이 성패를 결정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집밥 매출 연 10억원…"중소기업 저리가라"=인기 집밥의 매출은 어지간한 중소기업 매출을 뺨치고 있다. 여기에도 집밥만의 성공 비결이 있다. 서린동 D식당은 하루 500~600명의 손님이 찾는데 메뉴가 한 가지여서 테이블 회전율이 무척 빠르다는 분석이다. 앉기도 전에 밥상이 차려진다고 할 정도로 종업원들의 일손도 효율적이다. 주 5일만 계산해도 이 식당의 연 매출은 10억원 규모에 달한다. 코넥스 시장에 상장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주밥차'는 국내 최초로 넉달간 중국 출장서비스까지 다녀오는 등 350여편의 영화와 함께 성장했다. 전주밥차 채수영 대표는 총 8대의 밥차를 운영하며 연간 2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채 대표는 "식객촌은 9월 구로구에 2호점을 내며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에 2호점을 낸 빠르크도 오픈 두 달 만에 당초 목표대비 150%를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춧가루 등 모든 재료의 국내산을 고집해 원가는 높은 편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7%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집밥의 열기는 이제 다른 메뉴로 옮겨가 섞이고 있다. 집밥의 믿음과 웰빙 모드를 그대로 전수한 김밥집 '로봇김밥'이나 '바르다김선생'은 가맹점을 내는 곳마다 손님들로 문전성시다. 한 줄에 5000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김밥이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바르다김선생은 2013년 7월에 1호점을 낸 이후 1년 새 체인점이 44개로 늘었다.

◇브라운관 인터넷으로 확산되는 집밥의 모토='집밥' 열풍은 브라운관이나 인터넷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KBS2 '밥상의 신'이나 jTBC '집밥의 여왕' MBC의 '꾸러기식사교실', 올리브TV '최화정의 아침밥상' 등 방송국마다 집밥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인터넷에도 '집밥(www.zipbob.net)' 같은 전문 사이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소셜 다이닝을 표방하는 집밥은 네티즌들이 모여 집밥을 만들어 먹거나, 집밥 맛집을 탐방하는 모임으로 전국에서 200여개 소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누적 참가자만 2만명이 넘는다. 몸도 마음도 풍성하게 채우는 집밥의 모토, 사람들은 점점 집밥에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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