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33년 영업 베테랑이 말한 살아남는 비법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4.08.31 16:45

[인터뷰]이재하 대우조선해양 전무 "저가수주는 1~2년 후 야드에 어려움 안길 것"

이재하 대우조선해양 전무(영업1팀장)
"해양플랜트 수주가 물론 절박하나 계약 조건과 내용을 꼼꼼히 다 따져야 한다"

저가수주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국내 해양플랜트 업계에 던지는 전문가의 일갈이다. 이재하 대우조선해양 전무(57, 영업1팀장)는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1981년부터 해양플랜트 영업에 전념해온 '30년 베테랑 영업맨'이다.

최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만난 이 전무는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 건수가 얼마 되지 않아 공격적인 수주전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불리한 계약조건이라도 수주를 진행한다면 1~2년 후 야드(조선소 현장)에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는 오일 메이저들이 발주한 해양플랜트 공사들이 모두 예산초과로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다. 설계, 제작, 장비제작 등 제반 비용이 당초 설계 때보다 너무 올라 채산성이 맞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상반기에도 어려웠지만 하반기 (해양플랜트) 수주 상황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2000년 후반 이후 국내 조선업체들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해양플랜트 수주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으나 저가수주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또 고부가가치 해양산업인 해양플랜트가 '조선산업이 가야할 길'이지만, 기자재 국산화는 물론 이보다 선행돼야할 설계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해양플랜트는 설계나 건조과정이 표준화된 상선과 달리 건조 도중에 설계가 변경되면 엄청난 추가 비용을 물게 된다. 해양플랜트 공사의 손실충당금을 미리 반영하느라 지난 1분기 삼성중공업이 3625억원, 2분기 현대중공업이 1조 103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측은 "해양플랜트 손실충당금을 미리 조금씩 반영해 와서 한꺼번에 큰 금액을 무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영업맨으로서 장수 비결을 묻자 이 전무는 "신뢰를 쌓아온 고객사와는 어려운 상황을 같이 이해하게 된다"면서 대우조선해양과 10여개 프로젝트에 100억달러 이상 수주 계약을 체결해온 미국 쉐브론(Chevron)을 예로 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쉐브론으로부터 해양 프로젝트만 총 8기를 수주해 6기를 성공적으로 인도했으며, 현재 옥포조선소에서 호주와 앙골라 지역에 투입될 쉐브론사의 고정식 해양설비 2기가 건조되고 있다.


이 전무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학사장교(ROTC)를 마친 후 1981년 7월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했다. 입사 직후부터 옥포조선소 준공 준비팀에 파견됐던 그는 "대우조선해양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해양 사업을 1981년 옥포조선소 준공 이전부터 해왔다"고 강조했다.

조선소가 준공되기 전에 이미 수주를 완료해 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야드에 일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1982년 반잠수식시추선을 처음으로 인도했다.

입사 후 주로 국내 영업맨으로 뛰었던 그는 1996년 대우조선해양 미국 뉴저지 지사에 발령받아 2년 6개월간 근무했다. 근무 당시인 1998년 7월 텍사스주 휴스턴에 새 지사를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100여명의 해양 설계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는 휴스턴 엔지니어링 센터는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사업 메카다. 휴스턴은 엑손모빌, 쉐브론 등 세계적인 오일 메이저들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전무는 당시 뉴저지와 휴스턴을 오가는 출장비를 아끼기 위해 가장 저렴한 비행 구간을 선택했다. 뉴저지 인근 뉴왁공항에서 달라스나 애틀란타행 비행기를 타고 내려서 휴스턴까지 버스로 다닌 것이다.

초창기에는 해양 부문 수주 실적이 전무해 "'너는 빵(0)만드는 놈이냐'는 말도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도 한달에 1~2번꼴로 출장을 다닌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만 200만 마일리지가 쌓여 있을 정도다.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지만, 고추장에 밥 비벼먹고 소주 반병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주말에는 2시간여 달리기를 한다. 거가대교 개통 기념 마라톤 완주만 3번 했을 정도로 달리기 매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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