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형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하자

머니투데이 김홍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전략연구팀장  | 2014.09.01 05:55
아이디어(idea), 가라지(garage) 그리고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벤처다.

실리콘밸리라는 거대 생태계를 구성하는 구글은 이들의 완벽한 조합을 통해 대표 스타트업이 됐다. 이달초 필자는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 1위, 전 세계로부터 하루 평균 접수되는 구직자 이력서가 3000통에 이른다는 구글 캠퍼스를 다녀왔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기술 첨단에 서 있는 인재들의 치열함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구글이 1998년 백럽(BackRub)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을 때 지금과 같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벤처하면 떠오르는, 전 세계 스타트업의 최전선에 우뚝 서 있는 젊은이의 목표이자 우상이 됐다.

1990년대 말 그때는 우리나라도 한창 벤처 붐이 일어 테헤란로 불빛이 꺼질 줄 모르던 시절이었다. 벤처통계시스템 자료를 살펴보면, 2012년 국내 벤처기업수는 2만8193개로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주춤하기도 했지만, 2010년 2만개를 돌파하면서 제2의 벤처 붐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수많은 벤처가 피고 지는 사이에 왜 우리에게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없었던 것일까?

벤처는 우선 아이디어와 자본, 사람이 핵심자산이다. 이런 자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정책·사회·문화적 인프라의 지속적인 지원과 이러한 요소가 잘 운용돼 경쟁력을 갖추도록 시스템화하는 경영활동이다.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보고서(Doing Business 2014)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비즈니스를 하기 쉬운 국가 중 7위에 랭크돼 있다. 이는 벤처의 천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높은 위치다. 그러면 왜 우리는 스타트업을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정부는 스타트업을 위해 창조경제타운, 창업교육, 모태펀드 조성 등 수많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초기 창업을 위한 지원책으로 이후 이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는 창업수와 규모만을 키우려는 자금투자 중심의 창업정책에서 벗어나야할 때다. 실패용인, 아웃소싱 인력관리(HR), 재정, 법률지원 등 사회적 인프라와 아이디어 창업에서 거대 기업으로서의 성장 발판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보다 힘써야 한다.

경쟁자의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라 새로운 솔루션을 통해 새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벤처가 지향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구글은 사용자가 최대한 빨리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어서 사이트를 떠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몰두했다. 왜? 구글은 기존 검색 업체와 달리 검색 자체가 수익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정책적,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를 통해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벤처가 비즈니스 모델을 거쳐 거대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국내 아이디어, 인력, 초기투자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정부 주도의 창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이미 완료됐다. 이제는 창업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정책·사회·문화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성장하는 한국형 벤처기업의 탄생을 원한다면 창업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리스크를 공유하고 벤처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성장 잠재력에 투자하고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 전문적인 지원을 통해 기술, 투자, 시장이 균형을 이룬 지속가능한 한국형 벤처 생태계를 구축해 한국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한국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을 곧 만나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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