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단한 유민아빠…시작도, 끝도 이유는 '딸'이었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4.08.28 12:52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40일째 건강 악화로 입원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22일 오후 서울 용두동 동부병원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둘째 딸 유나가 입원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어. 병원에 와서도 힘들어하고, 계속 같이 밥 먹자고 하고…. 어머니와 유나 때문에 자극을 받았어."

'유민 아빠' 김영오씨(47)가 28일 단식을 중단했다. 세월호 참사의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외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해 온지 46일째다. 김씨가 밝힌 단식 중단 이유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딸이었다. 46일간 '유민 아빠'로 살았던 김영오씨는 이제 '유나 아빠'가 되기 위해 단식을 중단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 3층에 위치한 김씨의 병실 앞에서 단식을 중단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과 국민의 염원에 따라 단식을 중단하고 복식을 하면서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단식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둘째 딸 유나였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이미 언니를 잃은 유나가 아빠까지 잃으면 안 되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계속 김영오씨에게 전달했다"며 "대의도 중요하지만 남은 딸에게라도 아빠의 도리를 다 하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유나가 그동안 가족을 둘러싼 여러 루머와 언론보도, 그리고 악플을 보면서 괴로워했으며 여기에 아빠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겹쳐 매우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유 대변인은 "여기에 그동안 김영오씨의 단식 사실을 몰랐던 노모가 입원하던 날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고 나서 계속 우시면서 막내아들을 만류하다가 과거 대장암 수술을 하셨던 부위가 안 좋아지셨다"고 덧붙였다.


단식을 중단한 김영오씨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들에게도 단식을 중단할 것을 부탁했다. 가족대책위는 "특별히 유민 아버지가 문재인 의원 등 국회에 계신 분들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정치권으로 돌아가 또 다른 방법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두 차례 대화 끝에 신뢰를 회복하고 단식을 중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발언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유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두 번의 자리 모두 서로의 입장만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당과의 대화 진전으로 인해 단식을 풀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우리가 누차 강조했던 세월호 참사와 가족들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직후부터 단식을 중단하는 김영오씨는 맑은 미음으로 식사를 시작해 점차 죽, 밥 순서로 회복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이보라 서울시립동부병원 내과과장은 "비행기 이륙보다 착륙이 더 위험하듯 밥을 다시 먹는 과정에서 합병증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지만 잘 회복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긴 단식이 끝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기에, 김씨는 회복만 되면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날 왼쪽 팔에 수액 주사를 꽂고 수척한 모습으로 병실에 누워있던 김씨는 "아직 특별법이 제정된 것도 아니고 협상이 된 것도 아니니 몸만 좀 추스리면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 끝까지, 될 때까지 할 것"이라며 "먹고 힘내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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