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삼성전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4.08.27 08:24

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 어깨 무거워진 이재용 부회장 행보에 재계 이목 집중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7조1900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15.33% 감소했다고 밝힌 7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삼성전자가 '침체'에 빠졌다. 지난 2분기 어닝 쇼크에 이어 3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가는 연중 최저가 기록을 계속 다시 쓰고 있는 반면 경쟁사인 애플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아우'들마저 동반 부진의 늪에 빠진 것도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적부진을 해결할 묘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끊이질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냥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보다 더 큰 위기도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극복한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멀리보자" 장기전 모드로=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삼성전자의 변화는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는 점이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는 동안 삼성전자는 M&A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실제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지분투자를 하거나 인수한 업체는 6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에만 3개의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전략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는 스마트홈이나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등 차세대 성장 동력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먼저 지난 5월 미국 앱서비스 개발업체 셀비(SELBY)의 인적자산을 인수했다. 이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 개발업체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하더니 불과 나흘 만인 18일 미국 공조기기 전문 유통사 '콰이어트사이드'(Quietside)를 전격 인수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올 상반기 R&D에만 7조7351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R&D에만 약 15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투자에 사상 최대인 2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불황일 때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이건희식 역발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1997년 IMF 위기에서 반도체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며 "이런 학습 효과로 인해 더 다양한 분야에서 M&A가 이뤄지고 더 많은 R&D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뺄 건 빼자" 비용 절감 박차= 실적 쇼크 이후 무엇보다 삼성 안팎에선 '조직 슬림화'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인건비 축소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인력 재배치를 통해 본사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였다. 서초사옥에서 근무 중인 경영지원실 인력 1000여명 중 15%(150여명)가 수원사업장 등 현장에 배치됐다.

일각에선 "지난해 실적이 좋았을 당시 임원이 과도하게 늘어난 무선사업부의 경우 일부 조정이 있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일반 직원들의 경우 계열사 전환배치 등을 통해 인적 구조조정을 최소화해 왔다. 하지만 임원의 경우 실적이 나빠지면 언제든지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게 삼성의 전통이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 세계 최대 규모 휴대폰 공장 2곳을 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베트남에 최대 규모의 가전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월 1일 오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빨리 뛰자" 이재용 부회장 경영 행보 속도전=이번 위기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이 3개월 넘게 입원 중인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그 공은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미국을 비롯해 유럽·중국 등 세 차례나 빡빡한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먼저 지난달 8~13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해 세계 IT·경제계의 거물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주 만에 또다시 그룹 전용기편으로 미국·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이어 17일 중국 난징으로 떠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만나 올림픽 후원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또 중국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도 면담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지 리더십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희망적 신호도 감지된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그동안 저가 공급을 요구한 애플에 반발해 모바일 D램 공급을 일시 중단했던 삼성전자가 제 가격을 받고, 다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2. 2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