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갑론을박①]이경전 교수, "휴먼로봇시대는 멀었다"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 2014.08.30 08:20

페퍼는 손정의의 오판...드론 등 다기능 로봇은 성공 가능성


소프트뱅크의 감성 로봇 페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감성 로봇 페퍼(Pepper)를 2015년에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은 가족의 구성원이 될 패밀리 로봇 지보(Jibo)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올려놓고 투자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에 일종의 채팅 로봇 시리를 탑재했다. 최근 개봉된 영화 ‘허(HER)’는 인간과 친구가 되는 음성 대화 로봇 사만다를 소개, 일반 대중의 로봇 기대감을 높였다. 바야흐로 언어로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 시대가 열리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과 속 깊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로봇의 출현은 아직 멀었다고 단언한다. 왜 그런가? 그것이 가능할 만한 이론과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속 깊은 상호작용을 보장할 만한 확장 가능한 방법론을 서술한 이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러한 이론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그러한 로봇이 상업상으로 출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모하다.


그러면 잡스와 손정의 씨가 실수한 것인가? 실수한 것이다. 천재도 영웅도 때론 실수를 한다. 잡스는 타계하기 직전에 이러한 실수를 했고, 손정의 씨는 이번 페퍼의 실패로 인해 그의 시대도 저물고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잡스와 손정의 씨 모두 인공지능의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197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낭만 시기를 거쳐 혹독한 현실의 시기를 보내 왔다. 나는 두 사람 모두 낭만 시기의 인공지능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리와 페퍼와 같은 낭만이 어린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으로 추측한다.

그렇다면 MIT의 지보는 어떠한가? 이름과 모양이 소니의 실패한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를 연상시킨다. 아직 로봇산업은 강아지만도 못한 로봇도 상품화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지보는 어떠할 것인가? 지보가 인간과 인간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이는 실패를 예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리도 페퍼도 인간과 인간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실패를 예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순간 인간은 상대에 대해 자기와 같은 수준을 기대하게되어 있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과 같은 수준의 언어 소통을 지속할 수 있는 인공물 제작 방법론은 아직 제대로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잘못된 기대감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자체로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구글 자율 주행 차는 애드센스 위한 것
많은 사람이 구글이 주창하는 자율 주행 자동차(Self-Driving Car)가 곧 사회에 정착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가 나온다면 그것도 하나의 로봇이다. 일본의 혼다가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가 ‘Advanced Step In MObility(이동 수단에서의 앞선 발걸음)’의 약자인 것을 생각하면 자동화된 이동 수단을 충분히 로봇으로 부를 수 있다.

성급한 사람은 이러한 자율 주행 자동차의 등장으로 택시 운전사나 트럭 운전사 등의 직업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역시 결론부터 말하면 자율 주행 자동차는 앞으로 몇 십 년 이내에는 대중화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감성지능 로봇의 불가능성을 예측한 이유와 다르다.

이번에는 기술보다 제도의 문제가 있다. 아무리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과 인프라가 발전하더라도 사고는 종종 일어날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서 탑승자나 보행자가 사망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자율 주행 자동차 역시 이러한 사고의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온다 해도 자동차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배당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동차마다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면 그 자동차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아니다. 따라서 자율 주행 자동차는 사회에 정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항공기 운항도 마찬가지다. 지상의 자동차 운전보다 훨씬 어려운 항공기 운항은 많은 부분이 이미 자동화되었으나 각 비행기에 기장과 부기장 등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법률상 책임도 지지만 유사시에는 자신의 목숨을 건다. 따라서 자신의 생명 유지와 안정된 삶을 영위하려면 운항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가 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운전대 앞에 그 차량의 책임자가 탑승해야 할 것이며, 책임자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안정된 삶의 영위를 위해 충분한 운전 기술 및 지식과 주의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소셜로봇 지보


그러면 구글은 왜 실패할지도 모를 자율 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를 떠들고 있는가? 구글은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본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운행되기 위해서는 현재 전 세계의 교통 인프라가 사람의 인식 체계를 가정하고 구축된(Human Readable) 것에서 벗어나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Machine Readable) 체계로 구축해야 한다. 구글은 자율 주행 자동차 비전을 세계에 내놓음으로써 세계 각국이 알아서, 자기 국가의 비용으로 신속하게, 교통 인프라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데 촉매 작용을 하고 싶어 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자율 주행 자동차는 사회에 확산되지는 못하지만 그 사이 많은 자동차가 이른바 스마트카로 변모하고, 실세계 교통 인프라를 잘 인식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결국 사회에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없지만 스마트카는 존재하게 되며, 구글은 그러한 생태계에서 구글의 주력 수익 모델인 애드센스(AdSense)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글의 애드센스는 현재 사용자가 어떤 웹페이지를 볼 때 그 웹페이지를 분석하여 페이지와 관련성 높은 광고를 보여 준다. 사용자가 그 광고를 클릭하면 광고비를 광고주로부터 받는 것이 구글의 애드센스 모델인데 이것이 스마트 자동차에 적용될 것이다.

자동차가 어떤 도시의 특정 위치에 있으면 그 특정 위치와 관련성이 가장 높은 광고가 운전자에게 제공되고, 이에 운전자가 반응하면 광고비를 광고주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동차가 자신이 현재 위치한 곳을 잘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구글이 자율 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로 자동차가 세상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라는 일종의 로봇은 실패해도 상관이 없다.

R&D 다목적 이동 기계에 집중해야
그렇다면 모든 종류의 로봇은 실패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미 산업용 로봇은 지난 수십 년 간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인간 개인과 상호작용하는 감성지능 로봇이나 자율 주행 자동차는 기술과 제도 문제로 실용화가 어려울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 어떤 로봇에 주목해야 하는가? 먼저 드론을 예로 들고 싶다. 드론도 로봇의 한 종류다. 로봇은 본질상 다목적 이동 기계로 이해해야 한다. 드론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물건 배송도 할 수 있고, 농약 살포나 파종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이동 기계(Multipurpose Mobile Machine)다. 로봇 산업의 연구개발과 마케팅 노력은 다목적 이동 기계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직 가정용 청소 로봇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것이 제대로 상품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가 그 기계를 로봇으로 부르고 있는 것과 그 청소 기계를 청소라는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동 기계를 잘 설계하고 제작하여 보급한다면 새로운 거대 산업을 창출할 것이다. 삶의 각 현장에서 다목적 이동 기계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기계에 사람 수준의 지능을 요구하지 않고, 그들과 우리의 언어로 대화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이동하면서 인간 생활을 지원하는 다목적 활동을 깔끔하게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구글이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의 로봇 기업을 연이어 인수한 것도 막연히 범주가 넓은 로봇 산업에 진출한다고 해석하기보다는 결국 다목적 이동 기계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글=이경전 경희대 경영과학과 교수


[로봇 갑론을박②] 기계와 경쟁시대 곧 온다로 이어집니다.

▶ 로봇 갑론을박 목차
[로봇 갑론을박①]휴먼로봇시대는 멀었다
[로봇 갑론을박②] 기계와 경쟁시대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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