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퍼주기'와 '보신주의'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4.08.27 07:00
"수년전 수천만원의 정책자금을 대출받고 갚지도 않은 사람에게 또 대출을 해줘야하나요. 더 필요한 사람들도 많은데.“

소기업·소상공인 보증기관인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펼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을 늘리라고 독려할 때마다 직면하는 ‘딜레마’라고 그는 토로했다.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펼칠 때마다 지역 본부별로 보증서 할당량이 떨어진다고한다. “정부의 정책기조에 최대한 협조해달라”는 친절한 공문도 내려오는 것은 물론이다. 일선 직원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신용보증재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금융 공공기관들은 모두 동일한 고민을 안고 있다.

정부자금이 시중에 많이 풀릴수록 부실률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 공공기관들이 떠안아야한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기금건전성이나 부채현황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다. 또한 정책자금 집행 현황이 늘면 ‘퍼주기’라는 지적을 받고, 반대로 줄어들면 ‘보신주의’라고 비판을 받아야한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을 먹어야하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 국제금융센터 준공식에서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해 산업은행금융지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금융 공공기관장들에게 "'리스크'를 떠안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해서 창조경제를 일궈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퍼주기’와 ‘보신주의’의 딜레마속에서 금융 공공기관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정상화를 내걸고 금융 공공기관의 기금 건전성을 높이고 부채를 줄이라면서 다시금 과감히 리스크를 떠안으라고 하는 상황은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10여년전 정부 주도의 벤처붐 이후에 금융 공공기관들이 떠안은 부실률은 10%에 달했다고 한다. 보신주의를 혁파해야하지만, 저신용등급자나 기술형기업 등을 전향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금융 공공기관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게 우선이다.

베스트 클릭

  1. 1 '재테크 고수' 이효리 어쩌다…2년 전 산 빌딩 '텅텅' 이유 봤더니[스타&부동산]
  2. 2 "강형욱, 훈련사들 존대"…해명 영상 본 반려인이 남긴 경험담
  3. 3 "기절할 정도로 예쁘게"…예비신부 조민이 택한 웨딩드레스는
  4. 4 "죽은 언니 잊고 딴 여자한테 가" 처제 말에…형부가 한 끔찍한 짓
  5. 5 "225명 전원 사망"…항공기 '공중분해' 미스터리, 22년 전 무슨 일이[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