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공무원 줄줄이 명예퇴직, 대체 무슨 일?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4.08.26 05:01

[공무원 명퇴열풍](上)공무원연금 개혁 앞두고 줄퇴직… 1999년 법개정 때도 무더기 명퇴

/자료제공=공무원연금공단 '2012 공무원연금통계'
#정년퇴직을 2년여 앞둔 50대 후반의 공무원 조 모씨(남). 30여년 간 박봉에 아이들 학원 한번 못 보냈지만 안정된 노후를 위안 삼아 천직으로 믿고 일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대폭 줄고 명예퇴직수당까지 없어질 것이란 루머가 돌면서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조 씨에겐 공무원연금이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이다. 공무원을 '세금 도둑'으로 폄하하는 지인들을 보며 공직에 바친 수십년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철밥통'으로 통했던 공무원들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 사직서를 내고 있다.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장점을 스스로 포기하고 줄줄이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있는 것.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 진행되자 정년을 채우고 연금 수령액이 깎이느니 먼저 퇴직해 현 수준의 연금을 받겠다는 계산에서다.

26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공무원과 지자체 공무원 명예퇴직자는 각각 7086명, 2235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와 45% 증가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7월 명예퇴직 신청자가 162명으로 지난해 명예퇴직자(106명) 수를 이미 넘어섰다.

교직사회는 더 심각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명예퇴직 신청자는 초등 1000여명, 중등 900여명, 사립중등 400여명 등 23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6배 가량 급증한 수치다.

50대 후반의 초등학교 교사 두 모씨는 "지난해 80대 중반인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간병을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는데 9개월이 지나도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출근을 하고 있다"며 "주변에선 공무원연금 수급액이 줄고 명예퇴직수당이 없어질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명예퇴직 신청을 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30대 중반의 윤 모 교사는 "베이비붐 세대의 교사들의 정년퇴직이 시작된데다 공무원연금 개혁, 교직에 대한 회의 등으로 명예퇴직 인원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젊은 교사들도 지금 퇴직하는 분들보다 연금수급액이 줄어들어 노후보장 수준의 세대차이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명예퇴직 신청이 급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2000년, 2009년 등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이뤄진 해에는 연금개혁을 앞두고 연금수령액 감소를 우려한 공무원들의 퇴직 신청이 증가했다.


1999년 법 개정을 앞둔 당시에는 퇴직자가 전년보다 72% 늘어 9만 4797명에 달해 퇴직률(퇴직인원÷공무원수×100)이 처음으로 10%를 넘기도 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연금지급액이 줄 것이란 우려 외에 당시엔 IMF 이후 국가신용도 급락으로 정부가 연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설명했다.

당정청 간에 논의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 시나리오의 골자는 수급액을 낮추고 개인부담금을 높여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되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세부 방안들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하지만 공직사회에선 공무원연금 수급액이 최소 20%이상 줄고 부담금은 늘어나며, 유족연금지급율이 낮아지고 명예퇴직수당까지 없어질 것이란 '루머'가 끊이지 않는다. 과거 수년간 논의됐던 개혁안들이 이해당사자간 논의절차 없이 기정사실처럼 돌고 있다는 것.

안행부는 이에 대해 "정해진 방안이 없다"는 공식입장만 반복할 뿐 세부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명예퇴직수당의 경우 공무원연금과 별개의 제도이기 때문에 폐지 논의 자체가 없었고 개혁방안이 정해져도 소급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선 세부개혁안이 공개되지 않고 의혹만 증폭되자 정부의 폐쇄적인 논의 절차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사용자인 정부가 임금에 대해 대표자 성격을 가진 공무원노조와 한 차례도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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