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50만원 벌던 60대男, 퇴직후 건보료 폭탄 왜?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4.08.26 06:30

[베이비붐 세대 건보료 대란-上]55~63년생, 36% 직장인…내년부터 정년 도래

편집자주 | 국내 1차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1955~1963년생 건강보험 가입자는 716만1467명. 이중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현재 36% 정도다. 이들의 퇴직이 본격화하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보험료 증가나 형평성 논란이 사회문제로 커질 수 있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한 해외 사례를 점검해본다.

#1. 서울에 사는 54세 직장인 박기현(가명) 씨. 5인 가구의 가장인 박 씨는 현재 연봉 6000만원으로 건강보험료(건보료)는 매달 14만9750원씩 내고 있다. 2016년 퇴직하는 박 씨의 예상 소득은 매달 233만원(연 2800만원)인 연금이 전부다.

그러나 박 씨가 내는 건보료는 퇴직 후에 훨씬 불어난다. 소득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지만 건보료는 34.3% 늘어난 20만1230원을 내야 하는 것. 퇴직자인 박 씨의 경우 연금소득 외에 2억1420만원짜리 주택과 2400cc 자동차 등에도 건보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재산이 똑같다고 가정할 때 직장에 다닐 때는 건보료가 소득의 3%였지만, 퇴직 후에는 소득의 8.6%로 올라가는 것도 박 씨의 건보료가 퇴직 후 더 불어나는 이유다.

#2.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김재일 씨(가명, 62)는 이미 직장 퇴직 후 건보료 폭탄이 현실로 드러난 케이스다. 직장에 다닐 때 매달 251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월 7만5170원씩 건보료를 내던 그는 지난해 12월 직장을 퇴직하며 18만860원으로 건보료가 수직 상승했다.

매달 110만원의 연금소득과 2억2700만원짜리 주택, 1600cc 자동차에 건보료가 부과된데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자녀 3명과 배우자 몫의 건보료도 그 앞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1955년~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속속 현실화하면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둘러싼 혼란이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은 소득을 기준으로, 직장인이 아닌 사람은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한 후 건보료가 더 늘어나는 '건보료 폭탄'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임의계속가입제도와 피부양자제도 등으로 재산이 상당액인 사람들은 퇴직 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어 건보료 형평성 논란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716만 베이비붐 세대 중 257.5만 직장인 퇴직 임박=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1955~1963년생 건강보험 가입자는 716만1467명이다. 이중 36%인 257만4724명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어 건보료 직장가입자로 분류돼 있다.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5014만7316명 중 1493만9264명인 29.8%가 직장 가입자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직장인 가입자의 17.2%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내년부터 60세 정년을 맞아 무더기 은퇴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은퇴가 가속화하고 있는 1955년생(59세)의 경우 이미 은퇴한 세대까지 포함해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68만9807명 중 직장가입자는 20만3872명(29.6%) 정도다. 아직 은퇴가 본격화하지 않은 1963년생(51세)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 87만7783명 중 41.5%(36만4074명)가 직장가입자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앞으로 10년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체계가 제각각인 현 건보료 부과체계로는 은퇴세대들이 건보료를 직장 시절보다 훨씬 더 내는 역전 현상도 급증할 전망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기지만 퇴직 후 지역가입자가 되면 부동산이나 자동차 같은 재산은 물론 배우자와 자식 몫으로도 건보료를 부과해 건보료 금액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 정도는 건보료가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피부양자·임의계속가입 등 무임승차 둘러싼 논란 커질 듯=이 때문에 벌써부터 건보료 형평성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같은 은퇴자라고 해도 자녀가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자식이 직장에 다니지 않아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은퇴자는 직장 시절보다 건보료가 더 늘어나는 반면 직장에 다니는 자식이 있다면 수십억원의 자산가라도 건보료를 내지 않는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의계속가입제도도 편법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임의계속제도는 이직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회사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가 직장가입자로 다시 전환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 도입했다. 임의계속 신청을 하면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2년간은 회사를 다닐 때 내던 건보료를 그대로 낸다. 하지만 퇴직 후 건보료 부담이 늘어난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대거 임의계속가입자로 전환되면 이 제도가 건강보험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스란히 건강보험 성실 납부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부가체계 개선 기획단 관계자는 "지금도 한해 건보료 부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민원만 5700만건이 된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건보료 대란을 막으려면 건보료 부과체계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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