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하루 전도 실시여부 몰라, 여야 무책임에 국민 '허탈'

머니투데이 박광범 김성휘 기자 | 2014.08.24 17:23

[the300]野 "1차국감 무리 의견, 압도적"-손놓은 與 무대책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뒤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하겠다며 여야가 올해 도입키로 한 '연(年) 2회 분리 국정감사(분리국감)'가 출항도 하기 전에 표류 위기다. 예정된 국감 개시일(26일)이 불과 이틀 앞인데도 극심한 정쟁 속 정치권은 실시 여부에 확답을 못하고 있다.

그대로 강행하면 부실국감이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분리 실시를 포기하면 정치권의 대국민약속이 물거품이 된다. 정부부처 등 피감기관은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서로 책임만 미루고 있어 여야 모두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확실성 최고조…"안해도 욕먹고 해도 부실"
새정치연합은 26일을 하루 앞둔 25일 오전에야 의원총회를 열고 분리국감 실시 여부를 최종결정한다. 국감을 분리하자면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25일까지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현행법대로 국감을 열 수밖에 없다.

야당이 만일 이날 분리국감 포기 결정을 내리면 그동안 마련된 1차국감 계획은 모두 헝클어진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이미 1차국감(8.26~9.4)을 부실하게 진행하느니 10월 예정된 2차국감과 합치자는 국감 연기론이 압도적이다. .

일각에선 세월호 특별법이 국정감사보다 중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국정운영과 민생에 있어 국감의 중요성은 그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는다. 국감 예정일 하루 전에야 할지 말지를 정하겠다는 야당의 태도가 비판받는 이유다.

분리국감 무산 위기엔 여당 책임도 크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다른 현안들이 외면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국감 관련 법 개정도 그 중 하나다. 특히 야당에 유가족 설득을 모두 미뤄놓은 듯한 태도는 지난 주말 당 연찬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희생 유가족을 적극 설득하는 등 돌파구를 열었다면 이토록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진 않았을 거란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여당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직접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라는 목소리가 연찬회에서 나온 이유"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뾰족한 대안 없이 "일단 25일 야당 의총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회도 정부도 대혼란…野 의총만 바라봐
이렇다보니 국감 준비현장은 대혼란이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을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국감이 예정대로 안 돼도 힘이 빠지지만, 지금 상태에서 예정대로 진행해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각 의원별 상황이 이런 데 피감기관들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4일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야당 내부의 국감 연기론을 비판했지만 "최악의 경우까지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란 25일 본회의에서 분리국감법 또는 '정기회 중 국정감사 실시의 건'을 통과시키기 못해 26~31일만 국감을 여는 상황이다.

여야는 각각 최경환·전병헌 전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1월 '수박겉핥기식 국감' 등의 비판을 받아온 국감을 개혁하겠다며 국감 분리실시에 합의했다. 개정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기국회에 새해 예산안을 충분히 심사할 여유를 주는 대신, 국감을 연 2회로 분리해 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여야가 후임 원내대표를 맞은 뒤 8월·10월 국감 실시에 합의했지만 당초 취지에선 크게 후퇴했다. 대다수 상임위는 총 국감일수(20일)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중복감사가 되지 않도록 일정을 짜는 데만 급급했다. 당초 약속했던 국감 내실화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돼 있다'는 식의 뿌리깊은 관행은 이번에도 정치권의 '적폐'임이 드러났다. 자신들의 '카드'를 최대한 늦게 공개하면서 최종시한에 임박해 급히 합의를 시도해야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 탓이다. 그런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며 내세운 게 분리국감 제도화인데도 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여야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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