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군폭] 5.군인복무기본법 제정 '해답'아닌 '시작'

뉴스1 제공  | 2014.08.23 14:15

옴부즈맨制 빠져 "궁여지책" 혹평도...장병 의식 근본적 변화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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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각급 부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장병이 참여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인권교육을 받기위해 모여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14.8.8/뉴스1 © News1

사회적 파장을 낳은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은 2005년 처음 추진됐으나 수년간 계류상태였던 '군인복무기본법'제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국회 국방위와 함께 이미 제출돼 있는 '군인복무기본법(한기호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과 '군인 지위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안규백 새정치연합 의원 대표발의)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이것만 된다면 병사들의 기본권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은 병 상호간 명령금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군인 지위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은 국회 산하에 군사옴부즈맨을 두고 일정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종교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리를 보장했다.

한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법안 제정의 핵심인 '병영문화 혁신안'이 발표된 지난 13일 과거 사고가 터질때마다 나왔던 혁신안들과 이번 안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핵심은 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이라며 "이것만 된다면 병사들의 기본권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방부가 '이번에야말로' 장병 기본권 제고를 위해 제정하겠다고 밝힌 군인복무기본법은 2005년 '육군훈련소 인분가혹행위사건'을 계기로 입법이 추진돼 이명박 정부이던 2007년에는 입법예고까지 됐으나 그후 흐지부지 돼 2008년 5월 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19대 들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다시 발의했으나 주목받지 못하다 28사단 사건 등 잇따른 군 사건사고로 재조명됐다.

일각에서는 2005년 추진된 군인복무기본법이 아직까지도 법제화가 안된 것만 보더라도 개혁에 대한 군 당국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은 군인의 권리 및 군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책임과 의무에 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규정한 것으로 현행 군인사법이 실질적으로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에 대한 인사행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에 반해 일반 병사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병은 직무에 관한 권한이 부여된 경우외에는 다른 병에게 명령 지시 등을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병사 상호간에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비롯한 사적 제재를 금지했다.

또 현행 장교,준사관, 부사관에 한정된 고충처리 청구권자를 병사까지 확대하고, 간부가 청구한 고충심사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국방부에 설치된 군인고충심사위원회에서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는 외부 감시기능을 제도화하는 옴부즈맨의 경우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관계자도 앞서 옴부즈맨 도입에 대해서는 "비슷한 기능이 권익위 등에 있을 뿐 더러 옴부즈맨이 제한없이 모든 부대를 방문할 수 있고 요구하는 모든 자료를 다 제출하게 돼 있어 업무범위와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방침을 명확히 했다.

다만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옴부즈맨 제도를 비롯 그간 제기된 방안들에 대해 전날 군 수뇌부가 대거 참석한 고위급 간담회에서 논의를 나눴다"며 "앞으로 이런 자리를 1~2회가량 추가적으로 열고 옴부즈맨 도입, 군 사법체계 문제, 군 인권법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되고 있는 각종 병영 내 사고를 근절할 가장 강력한 대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옴부즈맨 제도가 빠진 법안이 군의 바람대로 병영에 진정한 혁신을 가져올지 여부는 미지수다.

비록 법제화된 것은 아니나 이미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과 병사생활행동강령 등 각종 군령에서 병 상호간 명령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만연한 각종 악폐습을 대통령령이 아닌 법령으로 다스린다고 해서 과연 근절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되는 악습의 대물림 구조가 수십년간 반복되어 온 군의 구조적 문제의 근원적 해결없이는 '상명하복'이 이미 머릿속에 굳게 박힌 장병들의 진정한 의식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뉴스1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만난 현역 군인들 가운데 5명 중 4명은 인터뷰에 응하다가도 '윤 일병'이란 주제를 꺼내자 손사래를 치며 발길을 돌렸으며, 일부는 윤 일병 사건의 원인을 윤 일병에게서만 찾거나 가혹행위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김 모 상병은 "이번에 알려진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도 그 부대의 전통일 수 있다"며 "후임병들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부조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대로 복귀하던 권모 일병은 "가해자들도 문제이지만 선후임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윤 일병이 스스로 따돌림을 당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 같다"며 윤 일병을 이번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 봤다.

군 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도 "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은 병사간 불법적인 명령이 이뤄졌을때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의미인데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군령 상으로는 금지돼 있으나 후임병에 개인 심부름 등을 함부로 시키는 것이 관행화됐고, 가혹행위 등의 혐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별도의 형벌이나 처벌이 불가능해 관념적인 규범에 불과한 '병 상호간 명령 금지가' 법제화 된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은 병영문화혁신의 핵심이 아니라 이제야 기본적인 판이 짜진 것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했다.

다만 변호사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들지만, 보다 강한 규범으로 병 상호간 명령·지시 등을 금지할 필요는 분명히 있고, 법으로 규정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엄중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를 둔다면 어느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조항에 "군인은 법령으로 군인에 허용된 고충처리 절차 외의 방법을 통해 고충처리의 해결을 요청해서는 안된다"는 단서를 달아 내부 고발을 차단할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각 부대에도 소원 수리 제도, 국방헬프콜 전화, 군 감찰실 등 내부신고 채널이 가동되고 있으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상담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져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방위 수석전문위원도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해당 조항에 대해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언론매체를 이용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한 의원의 법안 내용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앞서 2011년 김포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에 권고한 군 인권법 보다도 훨씬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당시 인권위안에는 병사 계급별로 구성된 병영생활협의체 구성 등 보다 진척된 내용이 담겨있었으나 국방부는 법률 제정은 커녕 끝내 훈령 개정 조차 하지 않았다.

앞서 군 고위관계자는 군인복무기본법 제정과 관련 "기본 원칙은 군인의 인권향상만을 위한 법은 안된다는 것"이라며 "그간 군 복무와 임무를 수행하면서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군인의 의무가 합리적으로 조화된 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자유로운 내부고발과 독립적 외부감시 체제의 도입이 빠진 법안의 실효성을 확보할 추가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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