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만남은 22일과 23일 경기도 가평 백련사에서 열린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이뤄졌다. 템플스테이는 예불·참선·다도 등 사찰의 수행 프로그램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KB금융 그룹사 대표 및 임원들이 자신과 조직을 차분히 돌아보고 화합하자는 의미로 두 달여 전에 계획됐지만, 공교롭게도 두 최고경영자(CEO)의 징계 수위가 최종 결정된 후 열려 관심이 모아졌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위는 이날 새벽 주전산기 교체문제와 도쿄지점 불법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 등과 관련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를 각각 결정했다. 이는 당초 두 사람에게 통보했던 '중징계'보다 크게 경감된 수위다.
경징계 결정 후 템플스테이에서 처음 만난 두 CEO는 그간의 '갈등설'에 손사래를 쳤다. 이 행장은 갈등설이 외부로 표출된 결정적 계기인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 논란과 관련, "애초부터 주 전산기 문제는 회장님과의 관계가 아니라 (은행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처리가 투명하지 않고, 보고서가 왜곡된 부분이 있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또 "회장님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이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회장님과 지금도 어색하지 않고, 전에도 어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착한 임 회장은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몇 번이나 "제일 중요한 것은 소통과 화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임원들과 함께 한 마음으로 바로 잡는 일정을 진행하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또 "오늘 템플스테이는 오래 전부터 계획돼 있던 일정"이라며 "다른 일정과 상관없이 전 임원이 모여 화합과 소통하고, 최근 어려운 일들을 잘 추슬러 향상하자는 마음자세로 모였다"고 덧붙였다.
물론 KB금융의 나아갈 길은 만만치 않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징계수위 감경으로 리더십 공백이라는 KB금융그룹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주 전산기 교체 문제 등을 둘러싸고 임직원까지 뿌리 깊게 '반목'의 기운이 퍼진 사실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두 CEO가 화합의 제스처를 취함에 따라 KB금융그룹도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임직원 모두가 느낄 수 있는 통 큰 화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를 통한 마음수련이 두 CEO를 비롯한 KB금융에 더 없이 적절해 보이는 이유다. 이번 일정은 참선과 108배, 숲길 명상과 함께 참가자 모두 소감문을 작성하는 일정으로 마무리된다. 두 CEO를 비롯한 KB금융 수뇌부가 1박 2일의 '동행' 후 어떤 소감을 적어낼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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