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직원이 목숨 걸고 만든 적금?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 2014.08.23 09:00

하나은행 '난 할 수 있어' 적금…판매 한달만에 5만6000여명 가입

'난 할 수 있어' 적금 광고 화면 /사진제공=하나은행
은행 직원 한명이 임원으로 보이는 상급자 앞에서 패기 있게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새로운 적금의 금리는 5.5%로 책정했습니다". 이어지는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5.5%가 애들 장난이야?" "은행도 뭐가 남아야 할 거 아니야?"

최근 영화관 등에서 방영되고 있는 하나은행의 광고 내용이다. 지난 7월16일부터 판매되고 있는 '난 할 수 있어' 적금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다. 하지만 광고 속에서만 등장하는 허구가 아니다. 광고 내용이 실제 상품 출시 과정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경력직원 한 명을 뽑았다. 이 직원은 인터넷뱅킹 등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은행업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직원이 상품 개발자에게 문의를 했다. "적금 금리를 높게 주면 왜 안 되는 건가요?"

은행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윤과 연계한 적정금리라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5.5%가 애들 장난이야?"라는 말이 광고 속에서만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 상품인 '난 할 수 있어' 적금 출시를 결정했다. 모바일뱅킹 전용상품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일종의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판매도 올해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만 이뤄진다. 물론 내부 조율을 거쳐 최종 출시되기까지는 4개월이 걸렸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판매 한달이 흐른 지난 18일 기준 이 상품의 가입자는 총 5만6079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가입금액은 57억원이다. 1개월 납입한도가 최대 20만원이라는 점에서 가입금액은 많지 않지만 가입자수만 보면 기록적이다.


실제로 모바일뱅킹 전용상품의 경우 하루 평균 1000좌 정도 판매되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상품은 하루 평균 최대 5000좌까지 판매됐다.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겁 없는 직원'의 판단이 결국엔 맞아떨어졌다.

물론 이 상품에 가입한다고 무조건 연 5.5%의 금리를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3%다. 여기에 '내 자신과의 약속' 2개를 설정하면 연 1%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약속은 '가족과 함께 책보기', '부모님께 사랑해요 말하기' 등 가벼운 내용이다.

약속 실천 여부는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 사실상 기본금리가 연 4%로 책정됐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하나은행 통장에서 카드 결제실적이 있는 경우, 주택청약통장을 신규 가입하는 경우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최대 연 1.5%의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조건이 붙긴 했지만 연 4%의 기본금리도 최근 금융권의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의 여파로 예적금 금리는 우후죽순처럼 떨어지고 있다. 1%대 예적금 금리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