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최경환호’의 순항 조건

머니투데이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 | 2014.08.22 07:44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
최근 한국 경제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려는 모습을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내놓은 경제활성화 방안에 시장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가계의 소비여건 개선을 위한 41조원의 재정투입과 금융지원, 기업소득의 환류를 위한 세제개편 방안 등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반등하고 소비자 심리지수도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로 주택거래가 활발하고 부동산 시장에도 모처럼 온기가 느껴진다. 지난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하락과 저성장·저금리 등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누적된 가계부채와 세월호 사태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정체된 기업투자 등 내수침체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변화는 가계소비 증대를 겨냥한 정부의 강한 정책의지와 시장의 신뢰가 어우러진 결과다. 아직 본격적인 정책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적어도 경제주체의 심리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첫 단추는 잘 꿰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가 얼마나 지속될지, 경기부양책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치유해 장기적인 안정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긴 성급하다. 아베노믹스 시행 초기 마치 20년 불황에서 곧 벗어날 것처럼 호들갑떨던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의 급격한 약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의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무역수지도 적자를 보인다. 2%의 물가목표치 달성과 민간소비 증대를 위해 기업에 임금인상을 강요했으나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한다. 재정건전화를 위해 소비세율 인상을 밀어붙인 결과 올해 2/4분기에는 일시적으로나마 국내총생산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 정부의 정책과 다소간 차이가 있으나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배당과 임금인상, 투자 등으로 돌려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나가려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호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째, 재정과 금융정책을 총동원한 단기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내수침체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인 상황에서 손쉽게 돈을 활용한 단기처방 위주 정책은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또 다른 거품을 낳고 구조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확산과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서 이 돈이 생산적이고 꼭 필요한 부문에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최근 심리 개선은 물거품과 같다. 세계에서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비중은 하락하고 있고 제조업에도 위기감이 감돈다. 서비스산업 육성은 아직 제자리며 비대해진 공기업의 비효율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경제활성화의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산적한 경제구조 문제를 긴 호흡을 갖고 대응해나가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가 우리 경제에 약이 된 측면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뼈아픈 구조조정으로 우리 경제체질이 강화된 덕택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우호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해 기업가정신이 부활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반세기 우리 경제의 비약적 발전에 기업들이 그 선봉에 있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기업들의 의욕 넘치고 창의적인 활동이 창조경제로 이어지도록 규제를 제거하고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부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는 정부가 기업인들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배려다. 모처럼 경제활성화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경제체질 강화와 기업가정신의 부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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