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이 연간 300만개 중기제품 판로를 넓혀준다고?

머니투데이 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 2014.08.21 06:50

[이슈칼럼]연간 450개 소개 그치고, 황금채널 경쟁 심각한데 '중기 홈쇼핑' 자체가 넌센스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 채널이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은 마치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 것 같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크리스마스 캐롤은 매년 성탄절 전후에만 등장하지만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은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출범 초기부터 중소기업 홈쇼핑채널 추가 승인 관련 이슈가 어김없이 제기됐고 이제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유통 활로를 넓혀 주기 위해 홈쇼핑 채널을 늘린다는 것은 1995년 케이블TV 출범 때부터 역대 정권들이 강조해왔던 명분이다. 국내 최초의 홈쇼핑인 '39쇼핑'(현 CJ오쇼핑)은 물론 2001년 허가가 난 '우리 홈쇼핑'(현 롯데홈쇼핑), 2012년 개국한 '홈앤쇼핑' 때도 당시 정부는 똑같은 명분을 내세웠다.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농수산 전용 'NS홈쇼핑'도 비슷한 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들 채널들이 중소기업 활성화에 정말 도움이 됐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중소기업 홈쇼핑을 표방한다는 채널들이 대기업에 줄줄이 매각되고, 또 다시 추가로 홈쇼핑을 승인해주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홈쇼핑 채널이 7개나 된 배경에는 '중소기업 살리기'라는 단골 메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이처럼 수차례씩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이 등장했지만 중소기업들의 볼멘소리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의 실효성이 그만큼 낮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업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1개 홈쇼핑 채널이 1년간 소개하는 상품수는 450개 정도다. 100% 중소기업 제품만 방송한다고 해도 300만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을 새로 만들어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정책 목표 자체가 허망할 따름이다.

홈쇼핑 채널이 늘어날 때마다 지상파 방송채널들 사이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황금채널' 경쟁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홈앤쇼핑' 출범이후 홈쇼핑 사업자들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주는 '송출수수료'가 폭등해 홈쇼핑 업계의 수익률 급감으로 이어진 것은 나제 중의 난제다. 이렇다보니 홈쇼핑 사업자들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늘어난 송출수수료를 보전하려는 차원이다. '홈앤쇼핑'이 왜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제품을 황금 시간에 배치하느냐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방송편성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본질적 문제 탓이다.


물론 정부는 기존 채널과 성격이 다른 '공영 차원의 홈쇼핑 채널'을 설립하겠다고 주장한다. 이 '공영'의 개념도 매우 모호하지만, 일단 '공공의 소유'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짚어볼 것은 '홈앤쇼핑'의 1대 주주도 역시 공공의 성격을 갖는 중소기업중앙회라는 점이다. 결국 제7의 홈쇼핑이 공공 소유라고 해도 역시 공공 소유인 홈앤쇼핑처럼 좋은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만약 채널 눈치를 보지 않으려면 '공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제도적 지원을 받는 '특혜사업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이 2가지 시나리오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정부는 모를 리 없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부작용이 많은 새 채널을 만들기보다 기존 홈쇼핑 채널에 대한 편성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한결 현실적이다. 현재도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편성비율 같은 규제는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제품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한데다 인기 없는 시간대에 집중 편성하는 등 피해나갈 여지는 충분하다. 중소기업 제품을 시청률 높은 시간대에 의무 편성하는 '프라임 타임 액세스 룰(prime time access rule)' 같은 현실성 있는 제도를 적극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홈쇼핑은 단순히 상품유통 채널이 아니라 한국 방송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위치에 있는 방송사업자다. 홈쇼핑 사업자를 추가로 늘리는 문제를 경제적 측면만이 아닌 방송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따져가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무조건 채널만 만들고 보자는 식의 근시안적 정책은 부작용만 더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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