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나이 초월한 친구 ‘망년교’

머니투데이 저우위보 (인민망 서울지사장) | 2014.08.20 07:39
인민망 서울지사장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라면 남녀불문하고 첫 만남에서 늘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나이가 몇이냐는 것이다. 아마 세계적으로 남의 나이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특히 당사자가 여성일 경우 더 난감할 수 있다. 대답하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고 대답을 안 하자니 질문한 상대방이 무안할까봐 대개 억지로 나이를 말하곤 한다.
 
외국인들의 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나이를 묻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것은 상대방의 나이를 알아야 호칭을 정할 수 있고, 나이에 따라 존대할 것인지, 편하게 친구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손아래 동생 취급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요즘 서양에서는 물론이고 중국 등 동양국가에서조차 친숙하지 않은 상대방의 나이를 함부로 물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따라서 한국인들도 남의 나이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만 참고 상대방과의 친분관계가 두터워질 때까지 나이를 천천히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중국에서 상대방의 나이를 정확히 모르고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동갑이 아닌 두 사람도 친구할 수 있을까? 답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당나라 시기에 편성된 '남사'(南史)에 소개된 한 이야기로 소급할 수 있다. '남사 하손전(何遜傳)'에는 "하손이란 사람은 8세에 시를 지을 수 있었고, 나이 스무살에 과거에 합격한 수재였다. 남향에 살던 범운(范雲)이란 유명한 시인은 하손의 시문(詩文)을 보고 높이 칭찬하여 그와 나이를 잊는 친구관계를 맺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장유유서가 강조되는 전통 중국 사회에서도 나이를 초월하는 우정, 즉 망년교(忘年交)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대사회에 들어 망년교의 또 다른 유명한 예가 신(新)중국을 세운 마오쩌둥 주석과 그의 장인 간의 우정이다. 1913년 마오쩌둥은 후난(湖南)제4사범학교에 입학한 후 윤리학 선생인 양창지(楊昌濟)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당시 양창지는 양복을 입고 강단에 서서 서양의 역사와 문화, 윤리학 등을 강의함으로써 고향에서만 살던 마오쩌둥과 같은 학생들에게 서양의 문명에 눈을 뜨게 했다. 따라서 마오쩌둥은 자신에게 세계를 향한 창을 열어준 양창지 선생을 매우 존경한 나머지 그와 의기투합하여 마음속 깊이 품은 생각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자유와 구국진리를 함께 논하면서 정치·사상적으로 깊은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중에 마오쩌둥은 양창지를 장인으로 모셨고, 양창지가 서거할 때 마오쩌둥은 같은 시기에 돌아가신 부친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양창지를 위해 베이징대학에서 성대한 추도회를 열어줬다는 후문이다. 이로 보아 두 사람의 우정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후 100년쯤 지난 현대 중국사회에서 나이는 더더욱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늘날 중국인들의 사회생활에서 위아래로 열살 범위 내에서는 큰 부담 없이 친구를 맺고 교분관계를 쌓을 수 있다. 나이 차이가 더 많이 나더라도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의기투합하거나 공동의 목표, 이상을 갖고 만나 마냥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이라면 누구든 친구할 수 있는 것이 오늘날 중국 사회의 분위기다. 그리고 이러한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받기도 한다. 나이 든 사람과 나이 어린 사람이 함께 친구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나이 든 사람은 지식과 경험을, 나이 어린 사람은 젊음의 열정과 창의력을 상대방에게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이렇게 하면 사회가 더 조화롭게 되고 가정이 더 행복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화가 돼가는 한국 사회에서 요즘 개방성, 창의력, 진정한 소통이 많이 강조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이의 많고 적음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느낌은 없지 않다. 한두 살의 차이를 갖고 윗사람과 아랫사람, 형과 동생을 굳이 가리는 것은 때로는 인위적으로 의사소통 장벽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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