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프란치스코, 출국 직전 4살 꼬마 그림 선물에 웃음꽃(종합)

뉴스1 제공  | 2014.08.18 17:20

[교항 방한]미사 후 수고한 수녀들 악수하며 격려...휴전선 철조망 '가시면류관' 챙겨가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서울 명동대성당 미사 후 그림을 선물한 4살 어린아이를 축복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News1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 99시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8일 낮 12시 50분께 로마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환송식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주한교황청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등 가톨릭 및 정부 인사들이 참석해 교황을 배웅했다.

교황이 탄 비행기는 12시간 가량 비행해 한국시각으로 19일 0시45분(현지시각 오후 5시45분)께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36분께 한국 땅을 밟은 지 99시간여만에 한국인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소탈하고 파격적인 언행으로 화제를 모았고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교황은 오전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고 미사 후 4살 어린아이로부터 그림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볼에 입을 맞추었다.

◇한반도 평화 촉구한 교황, 아이에겐 미소천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전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면서 남북한에 용서와 화해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한민족의 화해를 위해 기도한다"며 "재난과 분열로 흩어졌던 백성을 일치와 번영 속에 다시 모아들이시겠다는 하느님 약속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며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 시각으로 볼 때 불가능하고 비실용적이며 때로는 거부감을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분께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시고 열매를 맺게 한다"며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이 더 널리 확산되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미사엔 김군자, 강일출,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김양주, 김복선씨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7명이 참석해 교황으로부터 위로와 축복을 받았다.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나눔의집 제공)/© News1
김복동 할머니가 교황에 드린 '나비 배지'는 금빛의 나비 모양으로 '위안부 할머니들과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날개짓하기'를 염원한다는 의미다.

교황은 일일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축복해줬다. 받은 나비 배지를 제의에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예정에 없던 '이라크 평화를 위한 기도'도 제안했다. 성가 대신 한반도 통일의 염원을 담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도 울려 퍼졌다.

교황은 미사에서 무거운 주제를 꺼내 강론했지만 그 후엔 영락없는 미소천사로 돌아왔다.

1시간여의 미사를 마친 교황은 바로 제의실이 위치한 명동대성당 문화관으로 이동했고 4살 어린아이를 만나 활짝 웃음꽃을 피웠다.


교황은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가 교황의 사진에 스티커를 붙여 만든 그림을 선물하자 기쁘게 받으며 악수를 청했다.

이후 제의실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교황에게 휴전선 철조망으로 제작한 '가시면류관'을 선물했다.

염 추기경은 "이것이 바로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38선이고 그 아픔을 가시면류관으로 만들었다"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했기 때문에 교황께 선물로 드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은 미사를 위해 수고한 수녀들과 사제들, 신학생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성모동산에서 미사에 동참한 교회 종사자들에게도 멀리서 손 인사를 건넸다.

교황은 미사 전 '파티마의 성모'와 '가시면류관' 앞에서 긴 침묵 속에 기도를 올렸다. '가시면류관'은 '124위 시복미사' 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제의와 함께 교황 수행단이 챙겨갔다.

미사엔 위안부 할머니 외에도 초청이 무산된 북한 신도들을 대신해 새터민(탈북자)과 실향민 등 1000여명과 전국 가톨릭교회에서 일하는 700여명이 초청받았다.

출국을 앞둔 교황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보기 위해 명동대성당 주변으로 2500여명의 신자와 시민 등이 몰렸다.

◇교황, 종교 지도자들에게 "우리는 형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에 앞서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들을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다른 종단 지도자들을 "형제"로 부르며 "함께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먼 여정이다. 그 길은 혼자서는 결코 갈 수 없는 길로 저는 다른 형제들과 하느님의 현존 앞에 걸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사진공동취재단)/© News1
이어 "그래서 이 자리에 함께해준 지도자들에게 감사하다. 이런 게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형제다. 형제로서 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자. 대단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종교 지도자들도 악수를 청하는 교황에게 "환영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라" 등의 덕담으로 화답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환영한다.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구세군대한본영 박종덕 사령관은 "남북한 통일을 위해 힘써달라"고 말했다.

서정기 성균관 관장은 '오령(五靈)이 나오는 새 시대를 열자'라는 글귀를 금색 보자기에 담아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 측도 종교 지도자들에게 로마교황청이 제작한 '방한 기념 메달'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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