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은 4박5일 99시간, 파파 프란치스코 한국 떠나(종합)

뉴스1 제공  | 2014.08.18 14:40

[교황 방한]'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 종교 지도자들에겐 "우리는 형제"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News1
프란치스코 교황(78)은 4박5일, 99시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8일 오후 1시께 성남 서울공항에서 우리나라 국적기를 타고 로마 바티칸으로 떠났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36분께 한국 땅을 밟은 지 99시간여만에 한국에 작별을 고했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소탈하고 파격적인 언행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교황이 탄 비행기는 12시간 가량 비행해 한국시각으로 19일 0시45분(현지시각 오후 5시45분)께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공항에서 열린 환송식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주한교황청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대리, 조태용 외교부1차관 등 가톨릭 및 정부 인사들이 참석해 교황을 배웅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국내 12대 종단 지도자들과 만난 뒤 박근혜 대통령과 천주교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와 화해의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 한반도에 용서와 화해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전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면서 남북한의 용서와 화해를 촉구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한민족의 화해를 위해 기도한다"며 "재난과 분열로 흩어졌던 백성을 일치와 번영 속에 다시 모아들이시겠다는 하느님 약속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며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예수님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또 "인간 시각으로 볼 때 불가능하고 비실용적이며 때로는 거부감을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분께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시고 열매를 맺게 한다"며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 인식이 널리 확산되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미사엔 김군자, 강일출,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김양주, 김복선씨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7명이 참석해 교황으로부터 위로와 축복을 받았다.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나눔의집 제공)/© News1
위안부 할머니들은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교황에게 '나비 배지'와 고(故) 김순덕 할머니(1921∼2004)가 그린 ‘못다 핀 꽃’ 그림 액자를 선물했다.

김복동 할머니가 교황에 드린 '나비 배지'는 금빛의 나비 모양이다. 나비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의 상징물이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날개짓하기'를 염원한다는 의미다.

교황은 일일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축복해줬다. 받은 나비 배지를 제의에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예정에 없던 '이라크 평화를 위한 기도'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전쟁으로 기독교인들, 소수민족이 고통당하고 있다"며 "주님께서 그들 모두에게 가까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시고 (현지에 파견된) 필로니 추기경이 사명을 잘 완수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성가 대신 한반도 통일의 염원을 담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도 울려 퍼졌다. 성당 내에 있던 1000여명의 신도들이 함께 노래했다.

미사엔 위안부 할머니 외에도 초청이 무산된 북한 신도들을 대신해 새터민(탈북자)과 실향민, 전쟁 후 월남한 평양·원산·함흥 교구 소속사제와 수녀들, 대북 지원활동을 활발히 해 온 메리놀외방전교회 관계자 등이 초청받았다. 전국 가톨릭교회에서 일하는 700여명도 성당 밖 에서 모니터를 통해 교황 미사에 동참했다.

출국을 앞둔 교황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보기 위해 명동대성당 주변으로 2500여명의 신자, 시민 등이 몰리기도 했다.

◇교황, 종교 지도자들에게 "우리는 형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들을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다른 종단 지도자들을 "형제"로 부르며 "함께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여기에 함께 와주신 정중한 예의와 친절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먼 여정이다. 그 길은 혼자서는 결코 갈 수 없는 길로 저는 다른 형제들과 하느님의 현존 앞에 걸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사진공동취재단)/뉴스1 © News1
이어 "그래서 이 자리에 함께해준 지도자들에게 감사하다. 이런 게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형제다. 형제로서 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자. 대단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종교 지도자들도 악수를 청하는 교황에게 "환영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라" 등의 덕담으로 화답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환영한다.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구세군대한본영 박종덕 사령관은 "남북한 통일을 위해 힘써달라"고 말했다.

서정기 성균관 관장은 '오령(五靈)이 나오는 새 시대를 열자'라는 글귀를 금색 보자기에 담아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 측도 종교 지도자들에게 로마교황청이 제작한 '방한 기념 메달'을 선물했다.

서정기 관장은 행사 직후 "동서양 종교가 서로 화합하는 계기가 됐다"며 "낮은 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재벌화된 한국 종교가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교황 방한 의미를 평가했다.

앞서 교황이 탄 차량이 명동대성당 앞에 도착하자 염수정 추기경과 김희중 대주교가 마중 나와 영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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