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상하이 중심가에서 북서쪽으로 50km가량 떨어진 바오샨 지역. 신도시지역으로 개발이 한창이 이 곳에 연면적 50만㎡(약 15만평) 규모의 4층 짜리 건물 하나가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케아의 상하이 3호점이다. 평일 오전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속에 주로 가족단위 고객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올해말 국내에 진출할 예정인 이케아가 중국 대륙에서 본격적인 영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케아가 중국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98년. 이케아차이나법인을 설립하고, 상하이와 베이징에 각각 1호점 개장을 준비하면서부터다. 16년이 지난 현재, 중국에는 총 16개의 이케아 매장이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다. 연내 2개, 내년에 2개 매장을 추가로 개장할 예정이다.
국내 가구업체의 중국 현지 법인 관계자는 "이케아가 중국에 진출한 후 10년간은 '관시'(關係)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이케아 매장이 급격히 늘고 매출도 매장당 연평균 1800억원에 달하는 등 급성장을 일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히 물건을 사지않고 매장만 둘러보는데도 1시간30분이 걸린다. 실제 집의 일부분을 떼어낸 것처럼 꾸며진 침실, 거실, 주방, 아이 방, 화장실 등 쇼룸만 무려 80여개에 달한다.
이케아 매장 인테리어의 핵심은 진열할 수 있는 한 가장 많은 제품을 펼쳐놓는 것이다. 예컨대 4층 매장의 중간에는 면부터 가죽까지 약 90여종의 다양한 소파가 진열돼 있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색과 패턴이 각기 다른 소파를 모두 진열해 놓았다.
소파뿐만 아니라 책상용 의자, 테이블, 옷장, 싱크대, 수도꼭지, 조명 등 모든 제품이 종류별, 재질별, 색깔별로 전시장 바닥과 옆 벽면까지 진열돼 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모든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구조로 매장을 꾸미다보니 특정 제품을 사려는 고객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조명만 사고 싶어도 4층부터 시작해 모든 동선을 다 거쳐야만 2층 조명매장에 도착할 수 있다.
1층에서 물건을 골라 담고 배송 서비스를 선택하면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는 봉고차가 제품을 집까지 배달해준다. 서비스 가격은 배송 시간대와 거리에 따라 계산된다. 시간은 A시간 (9시~오후 2시), B시간(오후 2시~저녁8시), C시간(저녁8시~밤10시)으로 나뉘고, 이케아 매장을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는 49위안, 가장 먼 지역은 500위안까지 거리요금을 부과한다.
제품 조립 및 설치는 제품가격의 6%를 받는다. 여기에도 거리에 따른 추가 이용료가 붙는다. 제품 대리구매 및 배달서비스도 2만 위안 이상을 구매하면 구매가격의 1%를 수수료로 낸다. 2만 위안 이하는 60위안 정액제다.
이처럼 이케아는 제품 가격을 확 낮추는 대신 추가 서비스 비용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했다. DIY(손수제작)를 꺼리는 고객에게는 불편한 매장인 셈이다. 제품 구매와 동시에 완제품이 배송되고 설치까지 완료되는 국내 가구브랜드와, 서비스 가격이 합산된 이케아 가구 가격을 비교한다면 오히려 이케아의 가격이 더 높아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케아가 원산지를 아예 숨기는 건 아니다. 1층 창고매장에 가서 제품 상자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제품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쇼룸에서는 원산지 정보를 알 수 없고, 구매하기로 결정한 뒤 창고에서 부품들을 집어들 때 비로소 중국에서 만들었는지, 인도에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셈이다.
2층과 3층 사이에 마련된 식당에선 샐러드, 스파게티,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미트소스 스파게티가 19위안(한화 약 3200원)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해외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케아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케아도 유럽 등과 달리 생활소품 비중을 확대하는 등 중국시장 특성에 맞는 판매전략을 통해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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