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동기 명퇴에 애처로운 女과장…쿨하지 못해서?

머니투데이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2014.08.18 06:38

[유효상 교수의 직장남녀탐구]<15>남성이 여성보다 交感이 어려운 이유

편집자주 | 여자와 남자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갈등 해결방식도 다르다.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감정을 처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이는 남녀의 차이는 능력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남녀간에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이라 한다. 과연 직장 내에는 어떠한 사각지대가 존재할까?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까? 이러한 사각지대를 모두 해결한다면 과연 우리의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성별이해지능을 갖춘 남녀가 모든 리더 자리에 그리고 사회 모든 계층에 포진되어 있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걱정할 거 없어. 조금 쉬면서 다른 일자리 찾으면 되지. 특별 보상금도 있는데.."
최근에 금융회사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구조조정이 한창인 증권사에서 입사동기의 명예퇴직을 바라보며 남녀가 이야기 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회사를 떠나야 하는 남자동기에 대한 애처로운 감정을 나타냈던 여자과장은, 다른 남자동기의 감정이 전혀 없어 보이는 너무나 담담한 반응에,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왔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감정적인 동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감정이 있다. 단지 남자와 여자는 감정을 표현하고 반응하는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자들은 대체로 기쁨, 열정, 문제에 남자보다 더 강한 감정반응을 보여준다. 이유는 잠시 그 감정을 같이하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서다.

그러나 남자들은 이런 반응을 종잡기 힘들어하며 여자를 흔히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의 감정반응에 “그녀가 엄청 화가 난 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겠어”라며 피하거나, “걱정하지마”라며 즉시 문제 해결책을 찾아주려 한다.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남자들은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하려는 욕구가 강하며, 감정을 폭발하는 것은 자제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천적으로 공감이나 언어능력보다는 체계화가 발달된 뇌 구조를 가지고 태어나는데도 원인이 있지만 후천적인 원인 또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책과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을 보며, 두려움이 없고, 모든 문제를 척척 해결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홀로 역경을 마주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동경하며 자신의 롤모델로 여기며 성장한다. 이는 주위사람들이 남자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사회에서 이상적인 남성으로 간주되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시사하게 된다.

부모의 역할 또한 자아의 본보기가 되는데, 많은 남자들이 경험한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눈물도 애정표현도 없다. 이러한 아버지의 모습은 성장기의 아들에게 중요한 본보기가 되는데, 남자들도 여자들과 마찬가지고 감정이 있지만 처리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여자보다 강도가 덜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도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여자와는 달리, 남자들은 하나의 역할로만 살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즉, 남자로서만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이끌거나, 팀원이 되어 일하거나, 동성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배우자와 관계를 맺거나, 자녀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상사, 부하직원, 동료, 남편, 아버지의 역할이 아닌 단지 남자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다는 것이다.


어떤 문화 속에 있던, 남자들은 ‘언제든 침착함을 유지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반복적으로 받으면서, 남자로서의 하나의 역할만이 자리잡게 된다. 그래서 원래 감정 표현이 서툴고 불편해하는 남자는 더욱더 감정표현이 힘들어진다.

안타깝게도, 자기 감정에 대해 얘기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당혹스럽고 불편해하는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도 자신들의 감정 표현에 불편함과 위험을 느끼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제력 있음을 보이기 위해, 남자들처럼 최대한 감정을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어려운 상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자신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오히려 자신의 기량과 유능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려 한다. 단지, 문제에 압도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경우에만 소리를 지르거나 폭발하게 된다.

유효상 숙명여대 교수
남녀간의 다름으로 인한 '남녀간 사각지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남자들은 여자들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나눈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자주 융통성이 없다거나, 매정하다거나, 배려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게 꼭 맞는 말은 아니다. 남자들도 감정이 있다. 단지 그 감정을 전하고 교감하는 게 여자들보다 힘들 뿐이다. "당연히 나도 걱정돼.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이러는 것 뿐이야." 남자들이 이런 말들은 얼마나 자주하는가?

남자들은 대체로 과거의 경험들을 떠올리지 않는다. 목표를 지향하고 행동을 추구하는 성향이라서, 자신의 행동에 따를 결과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고 오로지 목표 달성에만 관심을 쏟는다.

그들의 전형적인 태도는 '일단 저지르고 어떻게 되는지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돌격 앞으로!'인 것이다.

항상 '돌격'을 외쳐야 하는 그들도 외로움과 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다.

베스트 클릭

  1. 1 "시엄마 버린 선우은숙, 남편도 불륜남 만들어"…전 시누이 폭로
  2. 2 '아파트 층간 소음 자제' 안내문... 옆에 붙은 황당 반박문
  3. 3 깎아줘도 모자랄 판에 '월세 4억원'…성심당 대전역점, 퇴출 위기
  4. 4 싱크대에서 골드바 '와르르'…체납자 집에서만 5억 재산 찾았다
  5. 5 '뺑소니 혐의' 김호중 공연 강행, 공지문 떡하니…"아티스트 지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