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소문 순교성지 방문
교황은 이날 첫 일정으로 서소문 순교성지(서소문공원)를 방문했다. 서소문 순교성지는 1800년대 '서소문 밖 네거리'로 불리던 조선 왕조의 공식 처형장이었다. 서울의 4개 소문 중 하나로 신유박해(1801년), 기유박해(1839년) 등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신앙과 맞바꿨다.
이날 서소문공원에는 교황이 도착하기 2시간전인 오전 7시부터 천주교 신자들의 입장이 허용됐다. 오전 8시쯤에는 이미 1000명이 넘는 시민과 가톨릭 신자들이 운집했다. 검색 관문을 통과해 자리잡은 신자들은 하나같이 들뜬 표정으로 준비해 온 인삿말을 연습하거나 피켓을 들어보이는 등 기대감을 내비쳤다.
추모를 끝낸 교황은 윤치충 바오로의 8대 후손인 윤재석씨(74·바오로)등 천주교 박해 순교자들의 후손들에게 다가가 손을 부여잡고 인사를 나눴다. 이후 9시 10분쯤 공원을 떠나 광화문 시복식장으로 향했다.
◇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교황은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 편지를 전달받았다. 차에서 내린 교황은 3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단원고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씨의 손을 어루만졌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교황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보기 위해 오전 4시부터 입장하기 시작한 17만명의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 등 100만명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시복식 행사에 사전에 입장이 허락된 신자 17만명중 미사가 열린 제대 가까이 자리잡은 신자들은 카퍼레이드중인 교황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지만, 일부 신자들과 시민들은 방호벽 밖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에 밀려 아쉬움에 발만 동동 구르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시복미사에서 교황은 안명옥 주교의 시복 청원을 받고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을 선언했다. 이어진 강론에서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이라고 말한 교황은 "순교자들의 유산이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해 일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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