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평신도들과 밝은 표정으로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던 교황은 한 여성과 인사하던 중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는 왼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으며 말했다. "세월호 사건에 가슴이 아프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의 벗'으로 불리는 교황은 이처럼 한국 땅을 밟은 첫 순간부터 이 사회의 아픈 맘을 위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청와대 영빈관서 진행된 '프란치스코 성하 연설'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당부했다. 교황은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있고,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자연 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앞으로 4박 5일의 방한 기간 약 1000km에 가까운 거리를 누비며 충남 당진 솔뫼성지,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 충북 음성 꽃동네, 서울 명동성당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교황은 성남 서울공항에 내려 스페인어로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모국인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황은 이밖에도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우크라이나어 등 총 8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7일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는 영어를 사용할 계획이다. 자신의 메시지가 더 많은 청년들에게 와 닿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또 교황은 방한 직전 한국어로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 수행단 모두 28명…파파 교황 위해 교황청 근위병과 바티칸 경호원까지
교황과 함께 온 교황청 소속 수행단은 모두 28명. 이 중 2명은 추기경으로 교황의 '비서실장' 격인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슬리오 리우코 추기경이다. 이밖에 교황청 국무부장인 조반니 안젤로 베츄 대주교도 동행한다.
교황이 미사를 주례할 때 양옆에서 시중을 드는 교황전례원장 귀도 마리니 몬시뇰과 전례보좌관 존 사이악 몬시뇰도 함께 왔다. 공보실장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를 비롯해 교황청 기관지, TV방송 담당자들도 함께 한다. 또 올해 78세로 고령인 교황이 장거리 비행을 하는 만큼 교황 주치의와 개인비서, 교황청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병과 바티칸 경호원도 동행했다.
◇ 프란치스코 성하 연설 "가난한 사람들 각별히 배려해야"
방한 첫날 대통령 면담 후 청와대 영빈관서 진행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하의 연설. 역시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배려할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한국은 오랫동안 평화의 부재로 고통받았다"며 "가난한 이들을 각별히 배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있고,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자연 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 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 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며 "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하며,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이 나라가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로마대지도(동판화)', 대통령은 '화목문 자수 보자기' 선물 교환
청와대를 찾은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에 앞서 방명록에 "다채로운 전통이 있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이를 전파하는 이 따뜻한 나라의 환대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교황은 박 대통령에게 '로마대지도(동판화)'를 선물했다. 가로 190cm, 세로 174cm(액자 가로 208cm, 세로 184cm) 크기로 2000년 대희년(大喜年)을 기념해 바타칸 도서관에서 교황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도시 로마 모습을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구리 위에 새겨 인쇄한 것으로 300장 한정 제작품 중 하나. 대희년은 7년에 한 번 오는 안식년이 7번 지난 뒤 50년째 되는 해를 말한다. 빚 탕감과 노예해방이 행해진 희년 정신을 기려 요한 바오로 2세가 특별히 새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을 대희년으로 선포했다.
교황은 작품에 대해 직접 설명했고, 박 대통령은 "생각보다 매우 정교하군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에게 화목문 자수 보자기를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이정숙씨 작품으로 가로, 세로 32cm 크기였다(액자 가로, 세로 57cm, 두께는 5cm). 한국 토속 직물인 백색명주에 약 30개 색깔의 실로 6개월 간 정성들여 꽃, 나무, 새 등을 수놓았다.
보자기는 물건을 싸서 보관·운반하는 용품으로 감싸는 기능은 모든 인류를 애정으로 감싼다는 교황의 큰 뜻과 상통한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마음에 드셨으면 한다"며 선물했고, 교황은 이에 "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했다.
25년만에 이뤄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역대 3번째 교황 방한이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의 첫 아시아 방문으로 한국을 택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교황은 4박5일간의 방한기간 동안 총 5번의 미사를 갖는다. 1번의 개인미사와 4번의 대규모 미사로 이뤄져있다.
교황은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숙소인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이동해 개인미사를 갖는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참석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124위 시복식 미사를 갖는다.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으로 이동해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진행하고 마지막 날인 18일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갖는다. 대규모로 가지는 4번의 미사에서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 지 주목된다.
◇교황, 청와대 전용 헬기로 15일 대전·세종 일정 소화
서울에서 하루를 보낸 교황은 15일 대전과 세종 등지에서 일정을 보낸다. 이날은 우리나라 광복절이자 천주교 성모승천대축일.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전용헬기로 아침 일찍 충남 대전 지역으로 이동한다.
점심때는 세종시에 있는 대전가톨릭대에서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청년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다. 한국에서는 아시아 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와 20대 여성 신자가 '교황의 식탁'에 앉는 영광을 누린다.
오후에는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젊은이들의 고민을 듣고 청년들이 각자의 삶과 교회 쇄신, 사회 개혁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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