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간의 KB금융 제재 공방, 금감원의 '판정패'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4.08.22 01:07

[KB 경징계 결정] "핵심 당사자 아님에도 무리하게 중징계 방침" 비판…사고 터져도 CEO는 또 솜방망이 제재 지적도

두 달 여간 계속된 KB금융 제재를 둘러싼 공방은 결국 제재심의위원들이 KB금융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금감원의 패배'로 끝이 났다. '애초부터 무리한 징계다'라는 지적에도 중징계를 확신해 왔던 금감원으로서는 곤욕스러운 상황이 됐다.

금융권에선 그동안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이 알려진 이후 '징계 수위가 과하다', '다툼의 여지가 커 감경될 가능성이 크다' 등의 반응이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과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KB금융과 국민은행 임직원은 총 95명이 제재대상에 올랐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모두 중징계를 통보받으면서 제재심의 쟁점은 자연스레 잇따른 금융사고의 책임을 물어 CEO인 회장과 행장을 중징계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집중됐다.

동경지점 불법대출, 주택채권 횡령사건, 주전산기 교체 논란과 관련 직접적 위규행위를 한 임직원의 행위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이들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CEO의 옷을 벗길 수 있느냐는 것.

금감원은 최근 벌어진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 속에서 금융지주가 부당한 압력을 국민은행에 행사한 만큼 그 책임을 임 회장이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금감원은 특히 검사 결과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금융인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부정행위을 확인했다'며 중징계를 자신해 왔다.

이 행장에 대해선 도쿄지점 불법 대출이 벌어진 당시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으로서 도쿄지점에 이상징후가 있다는 것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사실상 자신의 업무를 해태한 것이라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것.

또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부당행위가 있었음을 감사를 통해 밝혀낸 것은 인정하지만 그동안 이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었다.


금감원은 특히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제까지 아랫사람들만 중징계하고 CEO는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끝낼 것이냐"며 CEO에 대한 중징계를 통해 금융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와 확실한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게 제재심의 판단이었다. 이날 제재심에선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 기종 선정이 끝나지 않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는 등 비위행위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제재 대상이 된 임직원에 대해 대부분 한단계씩 감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던 동경지점 불법대출 문제도 당시 리스크관리 부행장이었다는 이유로 중징계할 수는 없다고 제재심은 판단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제재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CEO를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근거를 찾다 보니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다른 제재안들과 달리 이번 KB금융 제재안에는 금감원의 뷰(view)가 들어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뷰(view)가 들어 있다'는 것은 금감원과 다른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외부 인사들 중심으로 구성된 제재심의위원회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제재 수위를 감경해 줌으로써 'CEO의 관리책임 한계'를 또다시 인정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고가 터져도 CEO는 관리책임의 한계 뒤로 숨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CEO 책임을 철저하게 묻겠다던 금융당국의 방침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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