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CPP에서 독립한 CPPIB는 정치적인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위험자산 비율을 65%까지 늘리고 있다. 위험자산은 주식과 부동산, 인프라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 CPPIB의 자산은 2000년까지는 채권이 95%, 주식이 5%였지만 이후 전략적 수정을 거쳐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주식 비중이 48.7%로 가장 높고, 실물자산 17.7%, 채권 33.6%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이 채권 60%, 주식 30.5%, 대체자산 9.5%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CPPIB가 수익률 리스크를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자산에 기금의 과반을 자신 있게 투자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에드윈 카스 수석부사장(CIS)은 "투자리스크를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총액 투자 접근법(Total Portfolio Approach, TPA)에 따라 관리한다"며 "이 투자 전략은 기존의 자산 분류법에 의존하지 않고 해당 투자의 내재적인 위험성을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 짚어내는 것이라 오히려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스 부사장의 설명대로 TPA 전략은 기존 투자자산의 표면적 형태를 사실상 부정하는데서 출발한다. 예컨대 자산형태에 관계없이 CPPIB가 1조원을 할당한 투자 건을 찾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관점에서 국채와 부동산 투자를 비교해보면 자산형태 기준에서는 전자가 더 안전한 것으로, 후자가 더 위험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CPPIB는 TPA에 따라 이런 통념을 부정한다. 어떤 국채가 중진국의 하나인 아르헨티나가 발행했던 것이고, 대안이었던 부동산 투자가 뉴욕 맨하탄의 인기 있는 오피스빌딩이었다면 후자의 투자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CPPIB는 해당 투자자산의 형태보다는 내재 위험성을 사안별로 개별 측정하고 자신들의 리스크 기준에 맞춰 투자를 단행한다.
카스 부사장은 "외부에서 볼 때 위험자산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2009년 금융위기가 불거졌을 때에 오히려 수익률이 다른 연기금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며 "그 이유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최고로 안전하다고 평가했던 서브프라임 자산들의 위험성을 그대로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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