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임하겠다"는 교황…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4.08.13 04:40

세월호 유가족, 밀양 송전탑 주민들, 쌍용차 해고자 등 사회적 약자들 교황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뉴스1

"우리가 아무리 정부의 잘못된 점을 외쳐봤자 정부는 신경도 안 쓰지만, 교황이 우리 얘기를 하면 전세계 언론을 통해 이 문제가 알려지잖아요. 정부가 두려워하는 것도, 우리가 교황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는 천막 아래,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과 함께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던 고 오경미양(17)의 아버지 오태원씨가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의 여야 합의가 희망대로 되지 않고 국민들도 점점 따뜻한 시선을 거둬가는 시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은 이들에게 가뭄의 단비다.

그는 "정부가 광화문광장에서 우리가 이렇게 있도록 놔둘 지는 모르겠지만 교황께서 방문하시는 그날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부도 국민들도 시선을 거둬가고 있는 낮은 곳에서 아직도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오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쌍용차 해고자,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교황을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의 행보를 통해 세상의 소외된 자와 그늘에 있는 자들을 위해 빛을 밝히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평생을 가난한 이를 위해 헌신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으로부터 교황명 '프란치스코'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교황이 자력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들어주고 언급해주고, 진심어린 위로를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런 기대에 보답하듯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5일 광복절에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초청했으며 면담까지 약속했다. 오는 18일 교황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쌍용차 해고자, 밀양과 강정마을 주민들이 초청됐다.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하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안선미 팀장은 "할머니들께서도 교황께서 일본 정부를 향해 '하루빨리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힘을 실어주는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계신다"며 "교황의 메시지는 세계로 전파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라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미사에 초청된 김병욱 금속노조 쌍용차분회 사무총장도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교황께서 위로를 전해 주시고 보듬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의 행보에서 보여주셨듯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약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언급해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준비회는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군 병영 내에서 비인간적인 폭력이 일상화되고 되풀이되는 등 우리 사회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곁을 가장 먼저 찾아가시는 교황이신 만큼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 곁에 오셔서 위로와 희망을 들려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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