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과 소송이 오히려 대박?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 2014.08.12 19:45

[조성훈의 테크N스톡] 안드로이드 대표주자로 각인, 마케팅효과도 상당 분석

지리한 소송이 드디어 끝내기 수순에 접어든 것일까요.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 6일 미국외 지역에서 벌이는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한국은 물론, 일본,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을 벌이며 숱한 이슈를 양산하던 두 회사가 어느날 갑작스레 소송을 철회한다고하니 궁금증이 커질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소송이 많았으나 실효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내 소송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2011년 이후 4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일진일퇴만 거듭할 뿐 뚜렷한 승자나 패자가 없는 지리한 소송이 진행된데 피로감과 회의를 느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울러 신제품 출시 기간이 짧아진 탓에 경쟁사 제품에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해도 실익이 거의 없다는 판단, 그리고 양사모두 샤오미나 레노보, 화웨이 등 중국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급부상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불거진 MS와의 로열티 소송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 미국 내에 2건의 소송이 남아있고 애플이 승소한 1심에서 삼성이 지급해야할 배상금도 1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양측의 소송의지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애플과 삼성의 지리한 특허전쟁이 이제 끝내기 수순으로 접어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4년간의 양사는 400여명에 달하는 소송팀을 꾸리고 매년 수척억원대 소송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세계 10개국에서 소송이 전개됨에 따라 소송결과는 물론 현지 마케팅, 영업전략 수립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음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소송의 승패와 무관하게 지난 4년간 양사가 특허소송 통해 오히려 상당한 실익을 거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인 애틀러스리서치는 최근 "지난 4년간 양사의 특허소송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 않고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줬다"고 분석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조성훈 자본시장팀장
일단 특허소송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양강체제를 각인시켰고 이게 마케팅적 측면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특허소송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 기사만으로 양사는 천문학적인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3조원 이상의 광고홍보비를 사용하는데 1조원 안팎의 비용으로 수십조의 홍보효과를 냈고 애플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게다가 특허 소송 와중에 모토로라나 노키아 등 거대 경쟁사는 물론 LG전자와 소니 등 추격자들이 구매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게만드는 '마법의 소송'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전세계 단말 시장이 이 소송을 계기로 ‘Top 2와 아이들’ 구조로 완벽히 재편됐습니다.

특히 삼성으로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패권자인 구글을 견제하는 효과도 덤으로 얻었다는 분석입니다. 독자OS(운영체재)가 없었던 삼성으로서는 구글을 대신해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로 애플과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자연스레 구글을 견제하게됐고, 이는 애플입장에서도 구글로 힘의 균형이 쏠리는 것을 막는 전략적 효과를 얻게 됐다는 겁니다.

아울러 양사는 이번 특허소송을 통해 통신시장에서 특허를 통한 공격과 방어의 기본규칙을 재정립했고, 각자가 가진 특허체계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해 향후 중국내 경쟁자들을 봉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삼성이 세계 가전, IT시장을 장악하는데 상당한 추동력이 될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물론 애플과의 소송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특허전쟁 와중에 기술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며 등 글로벌 강자로 도약했음은 분명합니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추격이 거센가운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해온 두 회사의 적대적 공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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