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세키부네' 박살낸 이순신 '판옥선' 위력 "이런 비밀이"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4.08.09 08:12

[팝콘사이언스-56] 두꺼운 소나무로 충격 막고 바닥 평평해 조수간만 차 잘 버텨

편집자주 |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명량'의 한 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무서운 인기다. 영화 '명량'이 개봉 열흘 만인 8일 누적 관객 수 800만명 선에 다가섰다.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일 '명량'은 관객 64만9582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796만9626명을 기록했다. 역대 1000만 관객 영화인 '아바타'(25일) '7번방의 선물'(25일) '광해, 왕이 된 남자'(25일)보다 두 배 이상 빠른 흥행 속도다. 이런 가파른 관객증가율이라면 이 주말이나 다음주 초 1000만 관객 돌파도 문제없다는 관측이다.

'명량'발(發) 이순신 열풍은 스크린을 넘어 정계와 관가 등 한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화 평단은 이를 벼랑 끝에 몰린 충무공의 고뇌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리더십을 부각시켜 위대한 지도자를 바라는 대중들의 갈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찾았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객석에 앉아 '명량'을 관람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이 작품은 더욱 이목을 끌었다.

영화는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렸다.
명량 촬영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명량'의 하이라이트는 해상 전투 신이다. 61분간 실제를 방불케 하는 전투신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소용돌이치는 울돌목과 포격전, 백병전 등을 사실감 있게 묘사해 호평을 이끌었다.

특히 이 작품에 백미는 조선 수군의 전투함인 '판옥선'을 실제크기인 30m 길이로 재현했다는 것. 이에 더해 왜군의 전함 '세키부네'와 지휘선인 '안택선' 등도 충실히 재현해 컴퓨터 그래픽이나 미니어처 모형이 줄 수 없는 사실성을 강조했다.

눈썰미 좋은 관객들은 스크린 속 판옥선을 보고 "왜 배가 네모형이지"란 궁금증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함포 사격 한 방에 침몰하는 왜선과 달리 폭탄을 실은 가미카제 선함에 판옥선이 파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전쟁을 치를 수 있었던 점 등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명량의 한 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단점이 곧 장점…판옥선의 독특한 설계


조선 수군의 주력 군함은 판옥선이었다. 선체 길이가 20~30m에 달해 임란 해전에 참전한 한·중·일 군함 중 가장 큰 편이라고 역사서에 기록돼 있다. 조선 수군 전력의 절대적 위치에 있던 판옥선은 1593년 약 200여척에 육박했다.

판옥선은 갑판 한 층을 더 쌓아 만들어 3층 높이에 달하는 배였다. 때문에 왜적들은 상대방 군함으로 건너가 칼과 창으로 싸우는 승선전투를 벌일 수 없었다. 포의 위치도 높아 포격전에 유리했다.


명량의 한 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조선군은 활과 대구경 화약무기를 이용한 원거리 전투에 능숙했다. 승선전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성벽 같았던 판옥선의 높은 구조 덕에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총통류부터 비격진천뢰까지 다양한 화포들을 장착하기 용이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즉, 판옥선은 화력전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

하지만 적함은 1~2문의 대포만 탑재하고 주로 조총으로 전투를 수행했다. 배가 포의 반동을 버틸 수 없어 대포를 실을 수 없었다. 화력 측면에서 판옥선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판옥선 특징은 영화에서 보듯 제자리에서 한 바퀴(360도) 회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배 좌우 양측에서 화포공격이 가능했다. 다른 한 측면에 포병들의 준비시간을 벌어줘 연속적인 공격이 가능했던 것. 이런 쏘나기 포격으로 적함을 때려 부수니 왜적은 수적 우위를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또 판옥선은 배 바닥이 유선형이 아닌 평평한 평저선(平底船)이었다. 이는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불리한 구조다. 때문에 바다보단 연안·내륙 하천에서 주로 사용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해양환경에 적합하게 의도적으로 선택한 구조"라며 "이런 구조 덕에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해류 변화나 강한 파도에 잘 견뎠다"고 설명했다.

적함은 배 바닥이 뾰족한 첨저선이었다. 해협을 건너기에는 유리하지만 조수 차나 파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명량해협 같은 좁은 위치에서 즉각 선회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판옥선 건조에는 주로 두껍고 단단한 소나무 재료가 동원됐다. 다만, 높은 강도가 요구되는 배 앞부분은 상수리나무나 졸참나무 같은 참나무 계통나무를 섰다.

소나무는 굽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규칙적인 목질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판재를 두껍게 가공해야만 했다. 때문에 판옥선 두께는 최대 18cm 이상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단단하고 넓적하다는 특성으로 판옥선은 함포전과 충파(沖破·배와 배를 부딪쳐 부숨)에 강했다. 다만, 영화처럼 명량 때 충파 전술을 썼는지는 분명치 않다.

임진왜란 때 왜적이 해전에 주로 쓴 군함은 세키부네(関船)였다. 소나무에 비해 제작이 간편한 무른 목재인 삼나무·전나무 소재로 만들어져 두께가 얇았고 그만큼 강도도 떨어졌다. 영화에서 보듯 왜선을 공격하는데 동원된 쇠탄환과 대장군전(길이 2m 나무 화살)에 맥없이 깨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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